인터넷카페서 ‘작전’ 공모한뒤… 방송에 출연해 “이 주식 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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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증권전문가 조사

한 케이블TV에서 증권 전문가로 출연하던 A 씨는 특정 종목을 미리 산 뒤 방송과 유료 증권 정보사이트에서 해당 종목을 추천했다. 증권 정보사이트 일부 회원들과는 주가를 띄우기 위해 미리 공모까지 벌였다. 실제로 A 씨의 추천을 믿은 개미들이 해당 종목을 사면서 주가가 뛰어올랐고 A 씨는 재빨리 주식을 되팔았다. 이렇게 해서 100억 원대에 이르는 이득을 쉽사리 챙겼다.

최근 증권방송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시세 조종이 기승을 부리자 감독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2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업무를 수행하던 중 일부 징후를 발견하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혐의로 의심받고 있는 증권 전문가들은 케이블방송 등에 출연해 특정 종목을 추천하고 나서 매수 세력이 몰리면 작전에 가담한 공범들이 보유 주식을 고가에 팔고 나가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도 갈수록 대담해지는 주가조작 행위를 근절하고자 감시에 돌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3월부터 사이버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범해지고 치밀해진 신종 주가조작에 대응하고자 최근 감시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적발된 시세조종 혐의 건수는 140건으로 2009년(90건)보다 56%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61건이나 적발됐다. 2005년 68건 이후 2008년까지 꾸준히 줄어들다 2009년부터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급증한 것. 수도 늘었지만 무엇보다 수법이 확 달라졌다. 요즘 작전세력의 주무대는 인터넷 증권카페다. 미리 주식을 사놓고 카페를 통해 정보를 흘리면서 개인들을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 ‘돌팔이 전문가’들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들이 케이블이나 인터넷 증권 방송에 출연해서 매수를 권유하며 주가를 띄우는 방식이다.

증권가의 한 유명 펀드매니저는 “증권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가 만나지 않겠다고 해도 몇 차례씩 찾아와 자기가 추천한 종목의 매입을 부탁하곤 했다”라며 “이런 일이 증권가에 부지기수”라고 털어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인터넷 증권방송에 주식전문가로 출연해 명성을 얻은 이들에게 속아 ‘개미’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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