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꽃게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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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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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고등어 등 어획량 감소로 관심 집중… 전국 수산시장서 물량확보 전쟁
■ 태안 신진도 첫 출하 현장

16일 오후 1시. 짙게 깔린 해무(海霧) 사이로 42t급 운반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군산반도, 격비도의 어장에서 잡아 올린 꽃게를 실어오는 배였다. 한 번에 최대 10t가량의 꽃게를 실을 수 있는 운반선이 충남 태안군 신진도 안흥외항에 닿자 선원들이 꽃게를 부둣가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금어기(6월 16일∼8월 15일) 뒤 처음으로 낚아 올린 가을 꽃게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인부들 옆으로 수십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예년보다 수온이 낮아진 데다 태풍과 폭우로 조업일수가 줄어 수산물 어획량은 최근 큰 폭으로 줄었고 값은 폭등세다. 그런 가운데 제철 상품인 꽃게가 처음 나오는 날이니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잡혔는지 모든 게 관심사였다.

50kg 박스에 담긴 꽃게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부두로 올라오자 대기하던 화물차가 꽃게를 싣고 부두에서 약 1km 떨어진 꽃게 선별 작업장으로 달렸다. 살아 있는 꽃게를 유통업체로 보내려면 지금부터는 속도가 생명이다.

○ 꽃게 실은 차 도착하자 선별장 분주

올해 흉어가 지속되는 가운데 두 달동안의 금어기를 마치고 처음으로 꽃게가 출하되면서 16일 충남 태안군 신진도 안흥외항에 있는 꽃게 작업장에서는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태안=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올해 흉어가 지속되는 가운데 두 달동안의 금어기를 마치고 처음으로 꽃게가 출하되면서 16일 충남 태안군 신진도 안흥외항에 있는 꽃게 작업장에서는 선별작업이 한창이다. 태안=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꽃게를 실은 화물차가 도착하자 200m²(약 60평) 규모의 꽃게 선별 작업장에서도 긴장감이 흘렀다. 작업장 인부들은 차에서 내린 꽃게를 바닷물이 담긴 5개의 수조에 옮겼다. 수조 옆에 민물을 채운 통에는 얼음을 꽉꽉 채웠다. 살아 있는 게를 섭씨 3∼4도 정도의 민물에 넣어 기절시킨 뒤 선별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4명으로 이뤄진 선별작업팀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꽃게를 분류하느라 말 한마디 할 틈도 없었다. 선별작업팀은 상품화가 가능한 180g 이상의 살아 있는 꽃게만 포장 작업대로 보내고 다리가 잘리거나 죽은 꽃게는 2차 선별대로 옮겼다. 포장 작업조는 소나무 톱밥과 꽃게 12∼15마리를 3kg짜리 박스에 함께 넣었다. 포장까지는 3분도 채 안 걸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4.5t 냉장차에 실린 꽃게는 최대 2일까지 살 수 있다.

○ 갈치-고등어 등 가격 급등

올해 꽃게는 남다르다. 꽃게는 전통적으로 8, 9월 대형마트 수산물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가을 수산물이다. 올해 꽃게의 가치는 그 이상이다. 갈치, 고등어, 오징어 등 대표 수산물의 어획량이 줄면서 수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확보한 갈치 물량은 8.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9% 줄었다. 15일 갈치 한 마리 값은 7500원으로 지난해보다 53.1% 올랐다. 고등어와 오징어, 삼치도 지난해보다 10∼30%씩 값이 올랐다.

그런 가운데 이날 신진도에 들어온 꽃게는 약 20t.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꽃게는 지난해보다 10% 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이달 말경 서해 5도 등 북쪽 어장에서 본격적으로 조업이 시작되면 어획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망이다. 꽃게는 수온에 따라 3∼5번 탈피(脫皮)를 거쳐 성장하는데 북쪽 어장의 꽃게는 한 번 정도 더 탈피를 해야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날 작업장에서 만난 오채균 씨(43)는 “지난주부터 자망 작업 등 본격적인 꽃게잡이 준비를 시작했다”며 “지난달 태안 지역에 치어 21만 마리를 방류하는 등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올해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꽃게 유통업체 디엠티씨디 구중서 사장(44)도 “지난해 우리 회사에서만 하루 최대 25t까지 꽃게를 수확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어 신진도서 숙박할 판”

꽃게 어획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진도와 전북 부안군 격포항 등에는 대형마트 바이어는 물론 전국 수산시장 관계자들까지 몰리며 물량 확보 전쟁이 시작됐다. 이마트는 첫 출하 이후 꽃게 350t을 확보해 19일부터 24일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10월까지 총 1500t의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난 수치다.

롯데마트도 150t 분량의 꽃게를 준비해 18일부터 24일까지 100g당 1000원 이하의 싼값에 판매한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총 22척의 조업선단 및 7척의 운반선과 공급 계약을 했다. 여형희 롯데마트 수산 상품기획자는 “올해 다른 수산물이 흉작인 가운데 꽃게만이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며 “18일에만 3kg 꽃게 상품(上品) 8000박스, 19일부터는 하루 1만 박스씩 물량을 맞추기 위해 아예 당분간 신진도에 내려와 숙식도 해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태안=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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