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15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기준 금 소매가는 매입가격 기준으로 3.75g(1돈)에 21만7200원으로 올라 사상 최고치가 됐다. 2008년 8월 3.75g에 10만9670원이던 금값은 지난해 6월 20만 원을 돌파한 후 내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은 더 높다. 10%의 부가가치세와 통상 최종 제품에 추가되는 1만 원 이상의 세공비를 더하면 소비자가 반지, 팔찌 등의 금 장신구를 구매할 때 가격은 3.75g에 25만 원이 넘는다.
이처럼 국내 금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이유는 국제 금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물 금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3.8달러(0.24%) 오른 온스당 1589.3달러로 마감했다. 작년 9월 온스당 1200달러를 돌파한 뒤 올해도 10% 넘게 상승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양적 완화조치를 추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해 달러 가치가 하락한 것도 금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인데다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의 금 소비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에서는 장신구용과 산업용 금 수요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투자 이익을 기대하거나 인플레이션을 회피할 목적으로 금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까지 국제 금값이 온스당 18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에 따라 금값이 급등락할 가능성도 있어 현 시점에서는 투자자들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금값 1800달러 시대 전망은 유럽 재정위기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나온 얘기"라며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한쪽 방향만을 예측하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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