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 제소… “끝장 보자”… 한치앞 안보이는 ‘독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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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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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독해졌다. 생존을 건 이들의 싸움은 제품 경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호 비방뿐 아니라 비교 광고에, 법정 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스마트폰 혁신을 주도한 애플은 모바일 영역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비방에만 그치지 않고 잇따라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HTC가 애플에 제소당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도 애플이 통신특허를 침해했다며 법정 싸움에 나섰다.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노키아 역시 전통 휴대전화 제조사로서 쌓아놓은 자사의 특허들을 들여다보며 신생 휴대전화 회사들을 제소할 거리를 찾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주춤했던 LG전자도 지난해 구본준 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독하게 살자’를 외치고 있다.

‘나만 잘하면 된다’던 글로벌 IT 리더들이 독기를 품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이 ‘혁신’으로서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더라도 쉽게 따라잡힌다는 얘기다. 박영렬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에는 선두주자가 후발주자의 모방을 ‘애교’로 봐주기도 했지만 상황이 변했다. 경쟁할수록 서로의 제품이 금세 비슷해져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애플, ‘전면전’ 치달아

올해 3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을 ‘모방꾼(copycat)’으로 비판할 때만 해도 삼성은 말을 아꼈다. 애플은 삼성에서 부품을 사가는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아무리 ‘타도 애플’을 외쳐도 반도체사업부는 ‘생큐 애플’이었다. 삼성은 내부의 서로 다른 목소리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늘 말을 아꼈다.
▼ 삼성 “애플이 특허 침해… 수입금지해야” ▼
LG “삼성과 소니는 2D TV나 만들어라”


하지만 4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이 아이폰의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을 모방했다며 미국 법원에 특허권 침해소송을 내자 삼성의 태도는 바뀌었다. 일주일 만에 한국 독일 일본 미국법원에 제소했다. 그러자 애플도 지난달 한국법원에 삼성을 제소했다.

삼성전자는 좀 더 강경하게 나왔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 등 6개 제품을 미국 내로 수입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의 법정 다툼은 특허권에 대한 침해 금지와 손해배상이 목적이었지만 이번 ITC 제소는 수입 금지를 통해 경쟁사 제품의 유통을 차단하려는 더욱 강경한 조치로 해석된다. ITC는 애플과 특허소송 중인 HTC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삼성과 애플은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국내 첫 변론에서 격돌하게 된다.

한편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노키아는 애플과 2년을 끌어 온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노키아가 삼성전자를 걸고 넘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삼성도 전통 휴대전화 제조사로서 통신특허가 많기 때문에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로 중국 대만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신생업체들이 특허소송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독한 LG, 광고로도 싸운다


‘삼성·소니는 2차원(2D) TV나 만들어라(Hey, SONY & SAMSUNG Better stick to 2D)!’

구본준 부회장 출범 이후 ‘독기’를 강조하고 있는 LG전자는 해외 광고마케팅에서도 독하게 삼성전자를 비방했다. LG전자는 미국 주요 신문 30일자에 셔터글라스(SG) 방식의 3차원(3D) TV를 만들고 있는 삼성과 소니를 겨냥하는 광고를 냈다. 경쟁사라도 해외에서는 같은 한국 업체라며 자중했던 예전 모습과는 딴판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법규를 충분히 검토해 문제없도록 만든 광고로, 미국 소비자들은 유머라고 생각한다”며 “하반기에는 보다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면서도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영국에서는 자사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블랙’과 삼성, 애플, 소니로 보이는 스마트폰이 자동차 레이스를 벌이는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삼성과 LG는 호주 법정에서도 광고와 관련해 가처분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 할 것 없이 모두가 모두에 대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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