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中企 첫 美 보잉사에 65억원 수출 계약’ 하이즈항공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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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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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잡자” 맞춤개발 적중… “거래하자” 러브콜

하이즈항공은 ‘과감한 실천력’을 보잉과의 계약을 따낸 비결로 꼽았다. 경남 사천에 있는 하이즈항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하이즈항공 제공
하이즈항공은 ‘과감한 실천력’을 보잉과의 계약을 따낸 비결로 꼽았다. 경남 사천에 있는 하이즈항공 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하이즈항공 제공
석 달 전,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한 공장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경남도청 공무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항공부품전시회가 열리는데 함께 가실래요?”라고 물었다. 이 공무원은 “여러 중소기업에 참여 의사를 물었으나 대부분 ‘가봤자 얻을 것도 없고 세계적인 기업들의 들러리만 될 게 뻔하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하상헌 하이즈항공 사장(51)은 ‘기회가 왔구나’ 싶었다. 당장 상무부터 말단 영업사원까지 5명이 팀을 꾸려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역시 현장에 답이 있었다. 항공산업클러스터 조성에 주력하고 있는 경남도는 물론이고 KOTRA 로스앤젤레스지사까지 발 벗고 나서 보잉 관계자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흔치 않은 기회였다. 하 사장은 보잉 관계자들에게 제품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설득에 열을 올렸지만 그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

이달 초, 공장 사무실의 전화가 또 울렸다. 보잉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수화기 너머 “품질, 가격 면에서 하이즈항공만 한 회사를 못 찾겠네요. 우리랑 거래합시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직원 180명 규모의 지방 중소기업인 하이즈항공이 국내 중소기업 중 최초로 미국 보잉사와 계약하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리저리 재지 않고 일단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항공기 정비부품 생산업체인 하이즈항공은 보잉에 향후 5년간 항공기 정비부품 600만 달러(약 65억 원)어치를 납품하기로 하고 24일 계약식을 마쳤다. 하이즈항공이 보잉사에 납품하게 될 제품은 주요 아이템만 56개이고 자잘한 것들까지 합치면 600개가 넘는다.

하지만 정작 하이즈항공 직원들은 이 소식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보잉과 직접 거래를 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보잉은 품질을 굉장히 꼼꼼하게 따져 1차 협력업체로 선정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이즈항공은 ISO14000과 AS9100이라는 품질 규격 인증을 받은 것에 더해 아예 보잉사의 시스템에 맞춰 ‘맞춤형’으로 제품을 개발해왔다. 실제로 하이즈항공의 제품은 보잉사로부터 ‘무결점’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오랜 시간 ‘보잉 사로잡기’ 전략을 준비해 온 결과였다.

하이즈항공은 2007년 경기 성남시에 있던 공장을 사천으로 과감히 옮겼다. 전국에서 항공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가장 잘돼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이즈항공은 본격적으로 회사를 키우기 위해 최근 경남 진주시 정촌 산업단지에 65억 원을 들여 2만8050m²(약 8500평)의 용지를 매입했고, 새 공장 건설에 100억 원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보잉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4000대에 달하는 보잉 전 모델에 대해서도 항공기 정비부품을 납품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재욱 영업팀 부장은 “해외로도 시선을 돌려 과감하게 투자를 하다 보면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외국 기업을 상대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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