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매뉴얼 맹신이 부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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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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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나타날 피해 규모는 금액으로 환산 가능한 것만 수십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원전 사고가 이렇게 심각한 단계로까지 악화된 이유 중 하나로 한발 늦은 초기 대처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사태 초기에 바로 바닷물을 주입했더라면 폭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매뉴얼대로 대처했을 뿐이라며 바닷물 주입은 매뉴얼에 없었다고 답했다. 도쿄전력의 매뉴얼에 이번 대지진과 같이 예상을 뛰어넘는 큰 규모의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매뉴얼이 미흡하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모든 가능한 사고에 대한 대처 방법을 모두 매뉴얼로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또 항상 매뉴얼대로 따르는 게 최선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때로는 재빨리 상황을 판단하고 매뉴얼에는 없는 창의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매뉴얼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어떻게 불행을 키울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이는 특히 일본, 한국처럼 ‘불확실성 회피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불확실성 회피도는 세계적인 조직인류학자인 헤이르트 호프스테더가 각국의 문화를 분류하는 데 활용한 5가지 기준 중 하나로, 모호한 상황과 같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그가 분류한 53개국 중 일본은 7위, 한국은 17위로 주로 아시아권 국가들의 불확실성 회피도가 높지만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도 불확실성 회피도가 높은 편이다. 반면 스웨덴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은 불확실성 회피도가 낮은 나라로 분류됐다. 불확실성 회피도가 높은 나라의 의사결정자는 규정과 규칙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고, 불확실성 회피도가 낮은 나라일수록 상대적으로 경험과 훈련을 중시한다고 한다.

1998년 스위스에어 비행기 추락 사고도 매뉴얼에 의존하다 비극적 결말을 맞은 사례다. 사고 비행기는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 비상 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종사는 기수를 바다로 돌렸다. 매뉴얼에 따라 비상 착륙 시 폭발할 위험이 있는 연료를 바다에 버리기 위해서였다. 이 비행기는 그대로 바다에 추락했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 결과를 두고 미국 등 서구의 전문가들은 “규칙이란 비상 상황에서는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비행기 내에 연기가 감지되자마자 비상 착륙을 시도해야 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스위스에어 경영진은 “매뉴얼은 바로 이 같은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조종사를 옹호했다. 미국은 불확실성 회피도가 낮은 대표적인 나라다. 반면 스위스는 서구 국가들 중에 상대적으로 불확실성 회피도가 높은 나라다.

정부는 일본 원전 사태를 계기로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재점검하겠다고 한다. 이번 조치가 단지 원전 시설을 보강하고 사고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고 대응 경험과 창의적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면 외국의 전문가를 데려와서라도 이를 보완해야 한다. 기존 인력에 대한 교육 훈련도 강화해야 한다.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원전 사고를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만일 감당할 수 없는데 통제할 수도 없다면 그 리스크는 보유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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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 체계적으로 뿌리내리는 방법

▼ Special Report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그는 부패 스캔들로 위기에 빠진 살로먼 브러더스(Saloman Brothers)의 경영 관리자로서 의회에 출석했을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다음 날 지역 신문의 1면에 실려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지 스스로 물어보게 한다. 회사를 위해 일하다 손실을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명성을 잃게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직원이라면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떨어뜨리는 행동을 할 때 가차 없는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는 것을 잘 이해할 것이다.” 이는 회사가 부정부패를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도 조직 구성원들이 이에 적극 동참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기업 윤리와 투명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리 경영을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성과 낮은 직원들을 춤추게 하려면…

▼ 중간 관리자를 위한 성과관리 코칭


A 전자연구소 회로설계팀 김 팀장은 입사 3년차인 이말단 사원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말단 사원은 성과평가에서 2년 연속 보통에 해당하는 B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업무 의욕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심지어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말단 사원은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나름대로 실력을 갖춘 것 같은데, 성과는 기대 이하이다. 또 업무 만족도도 낮은 것 같다. 이말단 사원은 내년에 승진할 연차이지만, 현 상황으로는 진급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김 팀장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코칭 전문가인 김성완 통코칭 대표는 “소수의 20%가 조직을 이끌어 간다고 하지만, 다수인 80%의 행동이 없으면 성과는 창출되지 않는다”며 “20%보다는 80%의 능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는 팀의 직무를 분석해 ‘책무’와 ‘과업’을 바탕으로 업무 흐름도를 그려본 뒤,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과가 낮은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을 제안한다.



조직문화 바꾸려는 CEO를 위한 제언

▼ Harvard Business Review


A 제철회사는 최대 고객사로부터 품질 불만을 접수했다. 그러나 공장 책임자는 ‘품질을 개선하라’는 지시를 직원들에게 되풀이했다. 하지만 지시는 막연했고, 당연히 효과는 없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생산시설 관리자들에게 신속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공장을 선별하라고 지시했다. 또 그는 100일 안에 이들 공장 5곳에서의 품질을 얼마나 향상시킬지 구체적 목표를 정하게 했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책임자를 공장마다 한 명씩 임명했다. 프로젝트팀은 100일간의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실현할 로드맵을 작성했다. 각 공장의 프로젝트팀장은 “16번 생산라인 녹색 건조 분쇄기의 강도를 최소 5% 향상시킨다”는 등의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정했다. 공장 책임자는 각 공장 프로젝트팀장이 목표 달성에 대한 책임을 지게 했다. 100일 뒤 5개 공장 모두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했고 A사는 이 프로젝트를 모든 공장에 확대 적용했다. 조직문화를 개혁할 때 경영진이 유념해야 할 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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