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뺄 건 다 뺐다” 부활의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2년전 M&A 등으로 탈났던 유진그룹-동양그룹-대한전선


#1 하이마트 상장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유진그룹. 지난해 역대 최대인 3조 원의 매출을 올린 하이마트가 이르면 6월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상장될 경우 모기업인 유진그룹은 수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 자사주를 앞다퉈 매입하는 대한전선 임직원. 대한전선 손관호 회장과 강희전 사장 등 임직원들이 6일 8만 주 정도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두 장면만 보면 “와∼”라는 부러운 탄성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불과 2년 전에는 “악!”소리만 날 정도로 위태로워 보이던 기업들이었다. 해당 사업 분야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거나 대형 인수합병(M&A) 직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몇몇 기업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부활’의 비결은 역시 강도 높은 ‘군살빼기’다.

○ ‘군살’은 당연히 빼고


유진그룹은 애지중지하던 하이마트의 지분 5%를 500억 원에 매각했다. 레미콘, 시멘트 등 건설소재사업과 미디어사업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유진그룹은 2006년 이후 서울증권과 로젠택배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더니 2008년 1월 하이마트를 1조9500억 원에 인수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곧이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

유진그룹은 어렵게 인수한 로젠택배를 588억 원에 재매각하고, 알짜기업인 하이마트의 지분도 일부 팔았으며, 도심에 허가가 나지 않아 천신만고 끝에 건설한 인천 시멘트 공장도 결국 다른 기업에 넘겼다. 이 같은 방법으로 총 1500억 원에 이르는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장세찬 유진그룹 상무는 “위기에 처한 기업이 군살을 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2008년 310%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166%로 낮췄다”고 말했다.

○ 필요하면 ‘핵심’도 줄이고


유진그룹이 그룹의 핵심인 하이마트의 지분을 일부 팔았다면, 동양그룹은 ‘알짜 기업’인 동양생명 지분을 거의 다 매각하는 초강수를 뒀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11월 동양생명 지분 약 50% 가운데 46.5%를 9000억 원에 매각했다. 동양그룹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양메이저가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고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그룹 전체의 동반 위험론이 제기됐었다. 김환 동양그룹 상무는 “동양생명 지분 매각과 더불어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에 성공하면서 동양메이저가 자본 잠식에서 벗어났다”며 “앞으로 동양메이저에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 부문을 접목시켜 지주회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


잇따른 M&A로 몸집을 키워 온 대한전선은 2008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회사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1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크게 강화됐다.

대한전선은 사실상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았다. 세계 2위의 전선 제조 회사인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지분을 포함해 캐나다 힐튼호텔, 몽골 스카이텔, 온세텔레콤 등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 1조 원을 마련한 것. 또 최근에는 무주리조트를 1360억 원에 매각했으며 기타 보유자산도 조만간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 방침도 ‘가격’이 아닌 ‘속도’다. 예를 들어 프리즈미안 지분은 매입 당시 5100억 원이었으나 팔 때는 약 4000억 원이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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