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문하세요, 레고처럼 조립해 배달합니다

  • 동아일보

■ 도시형 모듈 생활주택 주목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업화주택, 이른바 모듈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건설사가 수요자의 주문을 받은 뒤 공장에서 주택을 조립해 배달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단기간에 주택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난 대책 중 하나로도 자주 언급된다.

○ 크루즈형주택도 모듈주택으로 인정


그동안 도시형 생활주택은 소형 건축회사가 설계해 지역 내 소규모 건설사가 건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대형 건설사들이 다양한 소형평면을 개발하고 SK D&D, 스타코, IK주식회사 등이 모듈주택 공급에 나서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축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모듈주택은 레고 블록 형태의 구조체에 창호와 외벽, 전기배선 및 배관, 욕실, 주방기구 등 50% 이상을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를 시공현장으로 운반 조립해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크루즈 선박의 선실 개념을 육상에 옮기는 방식의 ‘크루즈형 주택(CHS)’이 모듈주택으로 인정돼 부산에서 56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고 있으며 서울, 부산, 수원 등에서도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SK D&D 등의 업체들은 주로 단독주택 등 저층용 공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모듈주택이 주목받는 것은 1, 2인용 가구 등 소규모 가구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빠르고 싸게 공급돼야 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준주택 등 다양한 주택수요 증가로 모듈주택 시장이 연간 1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집을 빨리 지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초 부위와 최종 마감재를 제외하고는 하루 만에 집을 조립할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132m² 주택 1채를 짓는 데 일반주택은 기초공사에서 골조공사, 내외장 공사, 마감까지 90일이 걸리지만 모듈주택은 전체 공정이 40일 정도로 단축된다.

공기가 단축되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거푸집 등 가설공사비용, 공기단축에 따른 현장 인건비 절감이 가능해 공사비의 15% 정도를 줄일 수 있고 표준화로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10%를 추가로 줄일 수 있다. 공사비의 25%까지 절감이 가능한 것이다. 백경호 IK주식회사 사장은 “모듈주택은 공기 단축으로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어 부동산 금융 조달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

○ 정부 “다양한 인센티브 도입 검토”

일정 기간 사용 후 역순으로 이를 해체해 신축 주택에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국공유지에 모듈형 주택 등을 이용해 임시 주거시설을 지으면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에 따른 전세난 등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은 “모듈주택 인증절차 간소화, 인정대상 범위 확대, 수요자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아직 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임시주택’이라는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임석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계획·환경연구실장은 “내화구조 해결, 바닥충격음과 상하층 소음문제, 고층화를 위한 구조안전성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규격과 기술 표준화가 이뤄져야 대량생산이 가능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표준화를 통해 현재 m²당 350만 원 수준인 비용을 2013년까지는 철근콘크리트(RC) 구조(m²당 300만 원)보다 10% 저렴하게 할 계획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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