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 다시 올 수도”… 김종창 금감원장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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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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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길거리 모집 당장 때려치워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동아일보 DB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동아일보 DB
《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7일 신용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지나친 외형 확대 경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카드 모집인이 크게 늘어 불법적인 길거리 고객 모집 행위가 성행하고, 고금리의 카드론 대출액이 급증하는 등 최근 카드시장의 모습이 2002∼2003년 신용카드 대란(大亂) 때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렉싱턴호텔에서 가진 카드사 CEO와의 조찬간담회에서 “신뢰할 만한 카드사가 길거리에서 (고객을) 모집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아직도 그런 데가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카드시장 및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본보 1월 29일자 A1면 카드가 또…
A3면 카드대란 재연될까…

특히 최근 급증하는 카드 대출과 관련해 “카드 대출은 본질적으로 서브프라임(비우량) 대출”이라며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저신용 회원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돼 연체율이 상승하고 카드자산의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KB국민카드의 분사 등을 거론하며 “올해는 카드사 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카드사태처럼 위험 관리가 수반되지 않는 한 과도한 외형 확대가 초래될 위험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부분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 현상 중 하나는 호황기에 금융회사들이 무리한 외형 확대 경쟁을 벌였던 것”이라며 “카드사태도 외형 확대 경쟁으로 급증했던 카드자산이 부실화되기 시작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뉴욕대 교수의 ‘블랙 스완(Black Swan)’ 이론을 거론하며 신용카드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다. “미국 월가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에서 목격했던 것처럼 블랙 스완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국내외 금융시장과 신용카드 시장에서 언제든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카드시장의 지표는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회원을 끌어들이려는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지난해 카드사의 총수익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인 마케팅 비용률은 25.4%로 전년보다 4.8%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카드론 이용실적도 16조8000억 원에서 23조9000억 원으로 42.3% 급증했고, 카드 모집인도 3만5000명에서 5만 명으로 30%가량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필요하면 카드사의 마케팅 실태에 대한 부분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라며 “조만간 카드대출 영업 및 리스크관리에 대한 모범규준을 마련해 위험요인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KB국민, 롯데, 비씨, 삼성, 신한, 하나SK, 현대 등 7개 전업계 카드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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