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젤없는 TV의 꿈… “5mm까지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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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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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베젤 두께 5mm의 초고화질(full HD) 3D 스마트TV ‘D8000’.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베젤 두께 5mm의 초고화질(full HD) 3D 스마트TV ‘D8000’.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에서 TV 디자인을 하는 강윤제 상무는 지난해 4∼8월 잠을 잘 못 잤다. 1994년 입사 때부터 꿈꿔온 ‘얇은 베젤’ TV 디자인이 마무리 단계에서 벽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개발 쪽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7mm 이하는 안 된다” “베젤이 얇아지면 화질이 안 나온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TV 개발을 담당하는 한종희 상무도 “그때 TV를 만들었다 부수기를 반복하면서 밤 무지하게 새웠다”고 말했다.

와인잔 모양의 받침대가 있는 ‘보르도 TV’ 등 TV 디자인을 이끌어온 강 상무가 얇은 베젤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2009년 초. 베젤은 TV를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를 말한다. 얇은 베젤이 중요한 이유는 TV 속 세상과 화면 밖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화면 안은 평면이고 화면 밖은 입체인데, 3차원(3D) TV가 나오면서 경계를 허무는 것이 중요해졌다. 베젤이 얇아질수록 화면에 대한 몰입도는 높아진다.

이렇게 해서 나온 제품이 베젤 두께 5mm인 올해 신제품 TV다. 지난해 베젤 두께가 28mm였으니 거의 6분의 1수준으로 줄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S에서 발표했을 때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는 2년을 준비했다. 테두리가 얇아지면 TV가 두꺼워져야 하는데, 두꺼워짐 없이 테두리만 얇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원래 베젤 부분에는 여러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를 TV 뒤쪽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두꺼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앞, 위, 옆 어디서 보더라도 슬림한 느낌을 주는 TV를 완성해 냈다. 이를 위해 전체 TV 생산 라인까지 모두 바꿔야 했다.

한 상무는 “디자인, 패널 기술, 제조 기술 등 전체 TV 제조 디자인을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회사는 삼성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며 “디자인, 개발, 생산, 마케팅, 물류 등 회사의 전 분야가 달라붙어서 만들어 낸 성과”라고 말했다. 베젤이 얇아지니 삼성이라는 로고를 넣기도, 스피커를 넣기도 어려워졌다. 한 상무는 음향팀과 함께 1박 2일 동안 회의를 하면서 기술적인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기도 했다.

강 상무는 “소비자들이 고급 자동차에 해마다 바뀌는 디자인을 기대하듯이 삼성 TV도 새 디자인을 기대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이제 5mm까지 줄였으니 내년에는 뭘 또 어떻게 줄일까”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을 정도다.

한편 유럽 최고의 오디오와 비디오 관련 온라인 매체인 영국 시넷(Cnet)에는 최근 삼성전자의 3D 스마트TV ‘D7000’이 소개돼 “최고의 3D 액정표시장치(LCD) TV”라는 찬사를 받았다. 5점 만점을 받고 에디터 초이스 어워드에 선정된 것. 이 매체는 “화질과 얇은 베젤 디자인, 스마트TV 기능까지 모두 최고인데 단 하나 단점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평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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