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中 인터넷검열 ‘황금방패’… 더 교묘해진 업그레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중국 정부가 규제하는 외국 인터넷 사이트로의 접속은 제한받을 수 있습니다.”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럼 그렇지 싶었습니다. 이곳은 중국이었으니까요.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P의 신제품 발표회 참석을 위해 22일 낮 체크인한 호텔방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받은 경고 메시지였습니다. ‘황금방패 프로젝트’라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이었죠. 황금방패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의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공화국을 해치는 이념’은 막겠다는 명분으로 2003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입니다. ‘방화장성(防火長城·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는 방화벽과 만리장성의 합성어)’이라는 유쾌하지 못한 별명까지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22일 저녁부터 뭔가 달라졌습니다. 데이터 로밍을 해갔던 제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한 겁니다. 게다가 낮에는 불가능했던 호텔 인터넷을 통한 페이스북 접속도 가능해졌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호텔의 네트워크 담당자에게 물어봤지만 “규제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더군요.

그러다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의 2008년 보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 중국 정부가 외국인이 많이 체류하는 행사장 주변에 행사 기간에는 인터넷 통제를 풀어주라는 새 지침을 네트워크 관리자에게 내렸다는 겁니다. 그제야 외국인인 제 아이폰으로 트위터 메시지가 날아오고, 외국인들의 호텔 체크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부터 페이스북 접속이 가능해진 이유가 설명이 됐습니다.

외국인에게 이런 제한적 자유가 주어지는 것과 별개로 중국인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통제는 훨씬 지능적이었습니다. 그걸 느낀 건 스타벅스에서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스타벅스는 ’보안 위험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동의만 거치면 무선 랜을 쓰게 합니다. 누가 무선 랜을 썼는지 정부가 알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국내에서는 스타벅스와 제휴한 기업들이 개인정보(e메일이라거나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만 상업적 목적이 우선입니다. 거짓 입력을 잡아내는 시스템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중국에서는 스타벅스에서 무선 랜을 쓰려면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무선 랜 망만 써야 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통한 인증 과정도 거쳐야 합니다. 이 경우 중국 정부는 누가 어디에서 어떤 내용을 인터넷으로 주고받는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출발은 두 대의 컴퓨터를 구리선으로 연결하면서부터가 시작입니다. 두 대의 컴퓨터에 다른 컴퓨터를 또 연결하면서 평등하고 분산된 구조의 통신망이 생겨난 거죠. 인간 관계에 비유하자면 ‘스탠딩파티’에 가깝습니다. 모두가 커다란 파티장에 둘러서서 서로가 서로에게 다른 친구를 소개하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은 정부가 한가운데 서서 모든 걸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힘 센 친구로부터 친구를 소개받아야만 즐길 수 있는 파티를 우리는 과연 파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상하이에서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