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광용]청년들이여, 21세기 유망직업 ‘농부DNA’를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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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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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감동적인 영화 속 촬영지는 관광명소로 떠오르곤 한다. 2009년 독립영화로 최다 관객인 200만 명을 끌어모은 ‘워낭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여든의 농부와 마흔이 된 늙은 소의 우정이 그려졌던 농촌마을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옮겨졌다. 그러나 마을에서는 영화의 감동과 함께 우리 농촌의 현실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중 하나가 인력의 고령화다. 실제로 농촌마을에서 만나고 스치는 많은 농업인들이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연배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얼마 전 칸쿤에서 열린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50년이 되면 식량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산출량이 줄면 곡물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필자는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건 기후 변화 외에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농업 인력의 고령화와 감소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식탁은 풍성해지는데,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농업 인력은 세대교체 없이 노화되고 있다. 인력의 노화 현상은 농업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식량의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커지면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 경영주의 65%가 60세 이상이다. 국가 식량안보적인 측면에서 이런 인력구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행히 최근에는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 중 제2의 직업으로 농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를 떠나 친환경적인 농촌을 새로운 삶의 울타리로 삼으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는 농업 인력의 확보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활성화를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농업은 이제 국가의 신성장동력이다.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닌 생산과 유통, 관광서비스 등이 결합된 6차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줄 인재가 절실하다. 엉뚱하지만 패기와 열정으로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젊은 인력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가의 지원과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젊은 인력들이 농업 분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생겨야 한다. 일본의 경우 1, 2주의 인턴 과정을 통해 농업이 적성에 맞는지를 파악하는 ‘농업 적성 체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청년취농촉진법’을 제정하여 농업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 인력들에게 초기 투자비용을 지원한다. 이 밖에 매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신농업페어’를 개최하여 농업 분야 인력 수급을 위한 리크루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6년 이후 39세 이하 신규 취농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한국농수산대 등 전문기관에서 농업 관련 지식과 기술, 경영능력 등 국제적인 안목까지 두루 갖춘 많은 젊은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졸업생 대부분은 갈고 닦은 소양으로 영농에 종사한다. 이러한 젊은 농업인들 중에는 대기업 연봉 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성공적인 롤 모델의 증가는 그 분야의 가능성을 방증한다. 농업은 이미 6차 산업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이 입증됐다. 그러나 이것들은 잡초가 아니다. 절대 자연적으로 성장될 수 없는 것이다. 성장에는 인력과 고민, 모험 같은 영양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젊은 인력들이 농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더욱 튼튼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기반은 작지만 강하고 경쟁력 있는 우리 농업, 즉 ‘강소농’의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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