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됩시다]‘이자폭탄’에 울고… 대출수수료에 또 울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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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불법중개수수료 피해 5613건 54억원 신고

“지금 쓰시는 것보다 훨씬 저금리로 대출해 드릴 테니 수수료는 조금만 주시면 됩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고객들을 유혹해 불법 대출중개수수료를 받는 중개업체들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그 수법이 날로 교묘해져 이제는 ‘(불법인줄) 알고도 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는 지능화돼 가는 대출중개수수료 요구 수법을 공개했다. 윤창의 금융감독원 사이버금융감시반장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금융권에서 대출 거절을 당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런 절박함을 교묘하게 이용해 서민들을 속이는 중개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 ‘땅 짚고 헤엄치는’ 불법 중개업체들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전모 씨(38·여)는 작년 말 A 대출 중개업체와 상담을 하면서 “지금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없으니, ‘금융컨설팅계약서’를 작성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당장 쓸 생활비가 급해 전 씨는 결국 컨설팅 비용으로 대출금의 15%를 주고, 중도에 컨설팅을 취소하면 컨설팅 비용의 절반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계약을 했다.

이후 A 업체는 전 씨의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뒤 며칠 후 전화로 “사는 집 근처 농협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놨으니 지금 가서 신청하라”고 했다. 전 씨는 시키는 대로 해당 농협 지점에서 1700만 원을 대출받은 뒤 수수료 명목으로 255만 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전 씨는 신용등급상 농협에서 대출이 가능한 고객이었고, 이를 미리 알고 있던 A 업체가 전 씨를 농협에 소개하는 척 하면서 수수료를 떼어간 것이다.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겠다며 접근하기도 한다. 대출 희망자에게 연락이 오면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일명 ‘작업’을 하도록 돕겠다고 설득한다. 먼저 자신이 소개해 주는 곳에서 돈을 빌리고 3개월 동안 연체 없이 갚아 나가면 등급이 올라간다는 것. 이런 방식으로 고금리 대부업체를 연결해 주고 중개수수료를 챙긴 뒤 잠적해 버리는 수법이다. 윤 반장은 “낮은 이자인 줄 알고 빌린 고금리 대출금은 구제할 방법이 없어 ‘이자 폭탄’을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 인식부터 바뀌어야

대출 중개업체들은 현행법상 대출 업체에만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고객에게는 어떠한 수수료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 피해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총 5613건의 불법 대출중개수수료 피해신고를 접수했는데, 이는 2009년 3332건보다 크게 증가한 것. 피해금액도 같은 기간 27억 원에서 54억 원으로 2배 증가했다.

불법 대출중개수수료를 떼였다면 금감원 ‘불법 대출중개수수료 피해신고 코너’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에 신고해도 되지만 설사 범인이 잡혀도 형사상 절차가 진행되면 돈을 돌려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 대신 금감원은 실제 대출이 일어난 금융회사와 중개업체에 권고하거나 설득하는 방식으로 불법 중개수수료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 업계 평판 등을 고려해 돈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의 69%에 해당하는 3871건의 피해자가 불법 중개수수료를 돌려받았다.

수수료 피해 구제제도를 악용하는 소비자들도 더러 있어 문제다. 편법적인 대출을 위해 중개업체에 수수료를 스스럼없이 준 뒤 대출을 받고 나서 금감원에 찾아와 수수료를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중개업체의 자정 노력과 함께 소비자들도 공정한 거래를 하겠다는 의식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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