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값 급등…대학생들 ‘하루 세끼는 사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0일 0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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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등록금과 사교육비, 주거비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에게 식품값 급등으로 끼니마저 부담이 되고 있다.

20일 서울시내 주요 대학과 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식품값이 급등하면서 대학가 식당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인상을 검토 중이고 휴무일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학 구내식당 가격 '꿈틀' = 가격을 올리려면 학교나 학생들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대학 구내식당은 학생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외주업체가 운영하는 성신여대 구내식당은 지난 2년 동안 2500원을 유지했으나 최근 고기나 채소 가격이 올라 300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다음 주부터 학교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리모델링을 하는 한성대 구내식당 역시 공사가 끝나는 대로 밥값을 인상하기로 하고 학교와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며, 국민대 구내식당도 3월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성균관대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외주업체 관계자는 "구제역 때문에 고기나 야채 가격이 모두 올라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몇 백 원 정도 올릴 계획이다"면서 "학교 측과의 협의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식당 영양사 신 모 씨는 "음식재료 값이 많이 올랐지만 학생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며 "메인 메뉴는 2700원인데 김치는 300원을 추가 요금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동국대 생협 관계자는 "채소와 김치값 상승세가 올여름 이후까지 계속되면 이 가격으로는 식당 운영을 이어나갈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때는 밥값을 올릴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취를 하는 숙명여대 김 모(23) 씨는 "채소도 비싸서 샐러드도 못 해먹고 학생식당 메뉴에 의존하고 있는데 학생식당 가격에 내 건강 상태가 달렸다고 말하면 어쩐지 슬픈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도 어렵고 학생들 사정도 뻔한데 매년 물가인상분을 꼬박꼬박 구내식당 가격에 반영해 올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시촌 식당가 `올리거나 쉬거나' = 고시촌은 고시생을 상대로 월식을 끊거나 수십~수백 장 단위로 식권을 파는 '고시뷔페'가 많은데 경쟁이 심하고 고시생들이 영양과 가격 두 가지 모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까닭에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식당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서울대 앞 녹두거리의 한 고시뷔페는 최근 월식 가격을 18만 원에서 19만 원으로, 식권 100장 가격을 28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했다.

이 식당 관계자는 "고시뷔페는 넘쳐나지만 다 경쟁 관계라 큰 폭으로 올리지도 못하고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인상했다. 1년 넘게 눈치만 보다가 최근 음식재료 값이 너무 올라 불가피하게 겨우 올렸다"고 말했다.

다른 고시 뷔페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일요일은 격주로 쉬던 것을 매주 쉬기로 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박 모 씨(30)는 "나이가 서른인데 아직도 집에서 용돈을 받아 생활하기 때문에 압박감이 심하다"며 "줄일 수 있는 게 식비밖에 없어 한 두 끼로 몰아서 먹는다"고 말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이 모 씨(32)는 "밥 먹는 시간을 줄이려고 다니는 독서실 근처 고시뷔페에서 밥을 먹는다"며 "1~2만원 차이가 별거냐고 하겠지만 고시생들 처지에서는 1년에 12만 원, 24만 원이면 인터넷 강의를 하나 더 들을 수도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자취생들 "과일은 쳐다도 못봐" = 자취생들도 물가 인상을 체감하고 있다.

학교 인근 식당들은 500~1000원씩 가격을 올렸지만 그렇다고 재료를 사서 직접해먹는 것도 부담이다.

성신여대 홍 모 씨(21)는 "아침에는 과일이나 채소, 우유를 주로 먹는데 작년만 해도 1000원대였던 양배추가 3000원 대로 올랐다"며 "식비로 10만원 쓰던 것이 15만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황 모 씨(23)도 "재료 가격이 올라 밖에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냥 사먹는 때가 많다"며 "딸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갑자기 과일도 비싸져서 시장에 가면 아예 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건국대 김 모 씨(28)는 "제육볶음 같은 메뉴가 인기가 많지만 고깃값이 오르니까 메뉴를 아예 없앤 곳도 있다"며 "학생들이 가격에 민감하니까 가격을 올리지는 못하고 접시를 작은 걸로 바꿔 양을 적게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건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 모 씨(64)는 "돈가스를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더니 학생들이 찾는 횟수가 확 줄었다"며 "고깃값이 두 배 올라 고기를 못 사서가게 문을 닫은 날도 있다. 너무 힘들어 가게를 내놨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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