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는 모든 것이 전자신호인 ‘비트(bit)’로 전달된다. TV 드라마도, 라디오 방송도, e메일과 영상통화까지도 분해해보면 0과 1의 숫자에 불과하다. 20년 전만 해도 이는 서로 다른 전파와 매체로 전달돼 값이 비싸고 불편했다. 이제 모든 게 한 회선으로 전달된다면 효율이 높아져 통신비 부담이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기득권을 가진 통신사들이 기존 방식대로 통신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제4의 이동통신사를 준비하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 공종렬 대표(55·사진)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경쟁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 국산 기술로 경쟁한다
KMI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이은 네 번째 이동통신사가 되려고 한다. 이 회사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사업권 허가 신청을 한 상태로 다음 달 중순 최종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 대표는 “기존 통신사들은 이미 투자한 2세대, 3세대 통신망에서 계속 투자비를 회수하려 하며 신규 투자를 꺼린다”며 “2005년 국산 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사업권을 받아놓고도 투자를 고의로 늦췄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KMI는 바로 이 와이브로 통신망을 사용해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와이브로는 기존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보다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공 대표는 기존 투자에 대한 부담이 없고 속도가 빠른 와이브로망을 쓴다는 점을 이용해 “월 3만5000원으로 한 달 통신요금을 모두 해결하는 요금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타깃 시장은 ‘1인 가구’다. 통계청의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403만 가구가 넘는다. 이들은 집에서는 초고속인터넷요금(평균 월 3만 원)을 내고 밖에서는 휴대전화요금(스마트폰 기준 최소 4만5000원)을 따로 낸다. 하지만 KMI의 스마트폰을 쓰면 집에서도 ‘테더링’이라는 인터넷 연결 공유 기능을 통해 집 안의 PC나 인터넷TV(IPTV)로 인터넷과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속도도 기존 유선인터넷 못지않다.
공 대표는 “기존 통신사들도 테더링 기능은 제공하지만 WCDMA는 속도가 느린 데다 통신사들이 일정량 이상을 사용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는 접속속도를 더 떨어뜨리기 때문에 동영상이나 음악을 듣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 대표는 35만 원 이하에 기기를 팔 계획이다. 기존 통신사가 파는 대부분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컴퓨터는 60만∼90만 원인데 KMI는 자체 제품개발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판매망을 갖춘 유통업체에 상품을 제공하는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통신사는 똑같은 서비스를 하면서 어떤 기기를 파느냐로 경쟁했지만 우리는 기술 발전으로 차이가 사라진 기기는 싸게 팔고 서비스와 가격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LTE vs 와이브로
공 대표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KMI와 같은 와이브로 사업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주주 가운데는 와이브로 원천기술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도 포함돼 있다.
그는 “한국이 만든 통신기술을 우리 통신사들이 버리고 외국 사업자들이 중심이 된 롱텀에볼루션(LTE)에만 매달리면 삼성전자 같은 국내 업체의 파이도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LTE와 와이브로는 모두 4세대(4G)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다. 따라서 국내 통신사들이 두 기술을 모두 써야 국내 장비업체들에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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