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나티시스은행 대출은 브릿지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2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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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진두지휘해온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22일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빌린 1조2000억 원은 브릿지론(Bridge loan)"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이 돈의 성격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하 사장은 "그 동안은 비공개의무 입찰규정 때문에 이런 내용을 전혀 밝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주주협의회(채권단)를 상대로 낸 '양해각서(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 첫 변론기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형 글로벌 인수합병(M&A)에서 일단 브릿지론을 얻은 뒤 재무적투자자(FI)나 전략적투자자(SI)와 협의가 완결되면 대출을 투자의 형태로 대체하는 것은 널리 행해지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브릿지론은 자금을 충분히 모으는데 시일이 걸릴 경우 단기차입 등으로 필요 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을 말한다.

하 사장은 나티시스은행 대출 경위에 대해 "애초 (나티시스은행 계열사인) 넥스젠이 투자에 참여하려 했으나 입찰규정에 다른 컨소시엄 참여자가 인수대금을 못 낼 경우 함께 책임져야 하는 조항이 있어 이를 문제삼은 넥스젠투자위원회가 투자를 잠정 보류시켰다"며 "이때 넥스젠이 100% 모회사인 나티시스 은행에 잘 설명해 대출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삼아 유상증자를 통해 2조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대출을 받아 놓긴 했지만 FI, SI를 유치해 대출을 투자로 대체함으로써 대출금 의존도를 줄이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건설 인수전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된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첫 재판이 22일 열렸다.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서울중앙지법에는 현대그룹이 현대·기아차그룹을 상대로 낸 5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가처분 신청 2건이 진행 중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최성준) 심리로 열린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 첫 변론기일에서 현대그룹의 법정대리인은 "어떤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현대그룹과 매매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경쟁입찰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만약 현대차그룹과의 계약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사실상 수의계약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20일 MOU를 해지하자 'MOU의 효력을 인정하고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지정하거나 본 계약을 체결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으로 가처분 신청의 취지를 변경했다.

이에 채권단 대리인은 "현대그룹이 자료제출 요구 등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며 "MOU 해지의 정당성과 별개로 현대그룹에 주식을 매각하기로 한 안건이 부결된 이상 현대건설 인수를 목적으로 한 가처분 신청은 실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24일 오후 2시 한 차례 더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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