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세경영체제 시동]사장 9명중 5명 ‘부사장 1년’만에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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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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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단 ‘젊은 조직’으로

“어느 시대이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 젊게 해야 한다.”(10월 12일)

“앞으로 모든 리더는 젊음 외에도 리더십과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라야 맞지, 나이 많은 사람은 안 맞는다.”(10월 3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 같은 ‘젊은 조직’ 발언은 이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총 9명의 사장 승진 내정자 가운데 5명이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불과 1년 만에 사장을 달았다. 신임 사장단의 평균연령은 지난해 53.7세에서 51.3세로 낮아졌다. 특히 김재권 삼성전자 부사장은 임원이 된 지 9년 만에 삼성LED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보통 삼성에서 임원이 된 뒤 사장까지 가는 데 13∼15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다.

반면 이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60대 이상 부회장들은 경영 일선에서 대부분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말 이상대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과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에 이어 올해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64)이 대표이사직을 뗐다. 이로써 대외 업무에 주력할 이들을 대신해 김순택-최지성-강호문 부회장이 이재용-이부진 사장 등 3세들과 손잡고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AT&T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일했던 우남성 부사장(57)과 IBM 출신의 고순동 부사장(52) 등 외부 영입인사들의 사장 승진도 눈길을 끈다. 특히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오랜 기간 에너지 분야를 맡아 삼성SDI의 2차전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최치훈 사장(53)은 최근 경영실적이 저조한 삼성카드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순혈주의가 강한 삼성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외부 인력에 대한 문턱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던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61)이 이번 인사에서 용퇴했으며, 이학수 김인주 고문과 최광해 부사장 등 전략기획실 시절 3인방도 물러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삼성이 신수종 사업에 적극 나섬에 따라 관리에는 강하지만 공격적인 투자에는 보수적이었던 재무통들이 대거 정리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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