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일상의 통념 비틀면, 전혀 새로운 통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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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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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의 유리창 한 장이 깨졌다. 집 주인은 ‘유리창 한 장쯤이야’라는 생각에 깨진 유리창을 상당 기간 방치했다. 어느 날부터 이웃들이 깨진 유리창 아래에다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집 주인은 ‘내가 유리창을 고쳐봤자 이미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는데 유리창을 고친 티나 나겠어?’라며 수선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쓰레기를 유리창 부근에 버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 집 전체가 엉망진창으로 변했다.

유명 컨설턴트 마이클 레빈의 책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이 경영·경제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누가 한 번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면 남들도 덩달아 쓰레기를 버린다’는 너무도 당연한 현상을 특별한 사고의 대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당연한 사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다는 점이 놀라운 통찰의 원동력이다. 이런 시각을 ‘스큐드(skewed)’의 전환으로 부를 수 있다. 한쪽으로 굳어져버린 개념 혹은 현상을 의미하는 ‘스큐드’를 새롭게 바라보면 전혀 새로운 통찰력이 생겨난다. 이 세상에는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쏠려 있는 현상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통찰 분야의 전문가인 신병철 WIT 대표는 오랫동안 한쪽으로 쏠려 있던 스큐드를 발견하고, 이를 바꾸려고 시도할 때 통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0호(2010년 12월 1일자)에 실린 스큐드 전환의 비법을 간추린다.

○ 역사 속에서 찾아보는 스큐드 발견의 예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스큐드의 발견과 수정을 통해 문명의 진보를 이뤄낸 사례가 수없이 많다. 대표적 예가 지동설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천동설을 주장한 이후, ‘지구는 평평하고,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개념에 반기를 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은 무려 1500여 년 가까이 전 세계를 지배했다.

천동설이라는 스큐드에 반기를 든 사람은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였다. 이들은 사람들이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스큐드를 발견했고, 이에 반대하는 사고를 펼쳐 인류 문명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하늘을 날기 위해 노력할 때, 동시대의 프랑스 물리학자들은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느라 바빴다. 사람이 혼자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굳어진 관습, 즉 스큐드였다. 프랑스 물리학자들은 스큐드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는 스큐드에 의문을 품고 그 반대쪽을 바라봤기 때문에 비행기를 발명할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인간의 사고를 제한하고 억압하는 스큐드가 항상 존재한다. 그 때문에 이 스큐드를 바꿔야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가능하다. 그동안 인류가 만든 모든 성과물은 바로 이 스큐드를 발견하고 변화시키는 작업에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스큐드 수정으로 탄생한 혁신 제품들


스큐드 발견의 중요성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혁신 제품들 또한 이를 통해 만들어졌다. 대표적 예가 컴프레션 휴지통, 구멍이 있는 플러그, 머리빗 형태의 명함 등이다.

컴프레션 휴지통. DBR 자료사진
컴프레션 휴지통. DBR 자료사진
우선 컴프레션 휴지통을 보자. 휴지통이라는 사물에 대한 사람들의 스큐드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당연히 휴지통의 모양이 원통형이거나 사각형이며 고정된 외형을 띠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의 디자인 전문 웹진인 얀코 디자인(Yanko Design)에 소개된 컴프레션 휴지통의 외벽은 주름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사람이 휴지통을 발로 밟으면 쓰레기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컴프레션 휴지통은 달에 최초로 발을 디딘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이름을 따 일명 ‘암스트롱 휴지통’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주 탐험의 첫걸음을 암스트롱이 내디뎠듯, 이 주름진 휴지통이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멍이 있는 플러그 또한 매우 독창적이다. 콘센트에 꽂혀 있는 전원 플러그를 빼낼 때 불편함을 느껴본 사람들이 많다. 잘 빠지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사소한 불편으로 치부할 뿐 개선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구멍이 있는 플러그는 어떨까? 구멍에 손가락을 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불편함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스큐드의 수정이다.

이 제품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플러그를 발견할 수 있도록 구멍 안쪽에 발광 다이오드(LED)까지 내장했다는 점이다. 이 발광 다이오드는 간접 조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지나치는 스큐드를 발견하고 변화를 준 의미 있는 통찰이다.

구멍있는 플러그(왼쪽)와  헤어숍 명함(오른 쪽). DBR
구멍있는 플러그(왼쪽)와 헤어숍 명함(오른 쪽). DBR
이탈리아 로마에는 모드헤어(MOD hair)라는 헤어숍이 있다. 모드헤어는 로큰롤(Rock'n'Roll) 형태의 머리 모양을 전문적으로 연출하는 가게다. 어떻게 하면 헤어숍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이 가게의 사장은 헤어숍의 특성을 살려 머리빗과 피아노의 건반을 결합한 형태의 명함을 고안했다.

이 명함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명함을 받아 보기만 해도 헤어숍에서 일하는 사람이 준 명함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런 명함을 받은 사람이 명함을 건네준 사람을 오랫동안 기억할 거라는 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스큐드의 작은 수정을 통해 상대방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 셈이다.

신병철 WIT 대표 bcshin03@naver.com

정리=하정민 기자 dew@donga.com:스큐드:

스큐드(skewed)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한쪽으로 쏠려 있는’ ‘비스듬한’ ‘비대칭적인’ 등이다. 경영학에서의 스큐드는 오랫동안 동일한 패턴이 이어지면서 어느 한쪽으로 굳어져버린 개념과 현상을 뜻한다.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스큐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를 깨뜨리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혁신이 이뤄진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0호(2010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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