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공고… 인수전 본격화

동아일보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10-09-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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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 “범현대家의 암묵적 지지”
현대그룹 “정주영 → 몽헌 적통 승계”
현대그룹이 21일부터 현대건설에 대한 정통성을 강조하는 TV광고를 내보내며 강한 인수 의지를 보였다. 사진 제공 현대그룹
현대건설의 새 주인이 올해 말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은행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현대건설채권단(주주협의회)은 24일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주식 4277만4134주(발행주식의 38.37%) 가운데 3887만9000주(발행 주식의 34.88%)를 매각한다는 공고를 냈다.

입찰 희망 회사는 다음 달 1일 오후 3시까지 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등 공동매각 주간사회사에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제출해야 한다. 공동매각 주간사회사는 이들 가운데 적격자를 선정해 입찰안내서를 보내고 최종 입찰을 11월 12일 오후 3시에 마감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12월 말에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을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의 치열한 2파전이 막이 오르게 됐다.

○ 현대차그룹, 인수 의지 첫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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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오던 현대차그룹은 이날 처음으로 입찰 의사를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채권단의 매각공고에 대해 “다음 달 1일 LOI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글로벌 종합건설회사로 키울 것”이라며 “누가 현대건설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지는 시장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정통성에 있어서도 그동안 정주영 명예회장의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을 소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왔다. KCC나 현대중공업, 한라그룹을 포함한 범(汎)현대가 형제로부터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해왔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 초 이런 내용을 담아 현대건설 인수에 관한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 현대그룹 정통성 내세운 광고 선보여


그동안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강하게 표명해온 현대그룹은 추석연휴 기간 TV광고까지 내보냈다. 21일부터 선보인 이 광고에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의 정통성이 현대그룹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는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1947년 현대건설(당시 현대토건사)을 설립했고 정몽헌 회장이 이를 승계했음을 부각시켰다. ‘아버지의 모든 것이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은 ‘아들의 모든 것이었습니다’로 이어지며 정몽헌 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이어 정몽헌 회장이 1995년 현대건설 회장에 취임한 사실과 2000년 경영난에 빠진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사재 4400억 원을 출연했던 점을 상기시킨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그룹을 이끄는 사람은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라며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인수의 최대 변수인 인수가격은 현대차가 유리하다. 현대차그룹은 차입 없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 주력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은 합쳐서 6월 말 현재 10조 원을 넘는다.

반면 현대그룹의 자금 여력은 1조5000억 원 안팎이다. 4조 원에 가까운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현대그룹은 “당초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채권단의 금융제재가 적절치 않다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외부 자금 유치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현대그룹이 중동건설 시장의 강자인 현대건설에 관심이 많은 중동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인수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비판적인 국민정서’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현대건설 인수를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구도와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건설을 인수해 이를 정 부회장이 1대 주주인 현대엠코와 합병한 후 얻은 자금으로 현대차 기아차 지분을 확대해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은 종합엔지니어링사인 반면 현대엠코는 시공사로 사업영역이 달라 합병 가능성이 낮다”며 경영권 승계구도 시나리오를 강하게 부인했다.

매각공고가 난 24일 현대건설 매각 관련주는 일제히 초강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전 거래일보다 3.19% 오른 7만1200원에 마감됐다.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상선은 상한가에 장을 마감했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고가를 경신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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