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위기경제학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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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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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미루면 경제위기 되풀이

뉴욕주립대 경제학 교수인 누리엘 루비니 박사는 2006년 9월 국제통화기금의 한 회의에서 끔찍한 경제위기를 경고하는 강연을 했다. 그는 국가경제가 곧 전무후무한 주택시장 붕괴, 오일쇼크, 급격한 소비위축, 그에 따른 장기적 경기 침체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다. 모든 게 잘 풀려나가던 때라 청중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1년 반 뒤 그의 예측이 사실로 드러났다.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인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내다본 것이다.

루비니는 당시 강연에서 미국 주택시장이 역사상 최악의 침체를 맞는 1단계를 시작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이 확대되고, 소비자 신용 부실이 초래되며, 대형 은행의 파산과 주가 급락을 거쳐 금융기관이 강제로 청산되고 헐값에 매각되는 12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12단계 붕괴론은 그대로 들어맞았고 그는 ‘위기의 예언자’로서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그렇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했던 그는 지금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세계경제는 지금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과연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고 위기에 대한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해놓은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위기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경제가 반등한 사실을 두고 섣부른 낙관론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향후 몇 년 동안 평균 이하의 성장세를 감내해야 한다고 내다본다.

저자는 무엇보다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위기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개혁이 꼭 필요한 때인데 정작 개혁은 실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개혁이 추진되지 않는 게 불행이라고까지 강조한다. 그리고 이번 금융위기가 제법 그럴싸하게 진정되었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의 목소리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대응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금리를 0%까지 내리며 통상적인 통화정책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권한을 경제 전 분야로 확대해서 발휘하는 정책까지 전례 없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저자는 버냉키 대책이 21세기판 대공황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한다. 유동성 불능과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진 금융기관들을 모두 살려내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극단적인 비관론자는 아닌 듯하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금융기관 종사자의 보수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을 비롯해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의 창설과 거대 금융기업의 해체를 주장한다. 나아가 유럽과 일본 중국 브라질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정교한 첨단기술로 무장한 경제대국이나 북한이 붕괴된다면 굶주린 난민들로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깊어가는 과정에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 기억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 합병을 통해 거대 은행(메가뱅크)을 꿈꿨던 은행경영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속이 뜨끔할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 천재 만든다

제프 콜빈 지음·김정희 옮김
304쪽·1만4000원·부키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다는 모차르트와 타이거 우즈. 그러나 정작 그들이 재능을 떨치기 시작한 건 각각 18년과 17년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뒤였다. 재능이 있어도 어떻게 단련되느냐에 따라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천재들이 재능을 이끌어내게 된 요인을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으로 꼽았다. 무작정 열심히만 하기보다는 자신이 연습하는 전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구분해 그 연습에만 집중함으로써 성과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소프라노 조앤 서덜랜드의 경우 꾸밈음인 트릴만 집중 연습했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은 ‘수없이 반복’하고 ‘끊임없는 피드백’을 받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이를 실행하기란 정신적으로 힘들고 재미가 없어 지속하기 힘들다. 저자는 연습을 지속하면 몸과 뇌가 변화해 한계에 가까워진다며 연습 방법과 이를 적용해 성공한 사람과 기업들의 사례를 제시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브랜드 버블
세계적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이유는

존 거제마, 에드 러바 지음·노승영 옮김
344쪽·1만5800원·초록물고기


2009년 미국 포천지 선정 세계 초우량 기업 3위에 오른 도요타는 이후 리콜 사태를 겪으며 360위로 추락했다. 이처럼 세계적 브랜드가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광고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들은 40여 개국, 4만여 개의 브랜드를 조사해 오늘날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커질 대로 커졌으며 ‘브랜드 거품’이 심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브랜드의 역사는 거짓말과 과장, 조작으로 얼룩져왔다.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과 광고로 이미지 조작을 해왔지만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정보와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 ‘똑똑한 소비자’들은 더는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브랜드의 통제’를 거부하고 관계를 역전시킬 만큼 힘이 커졌다. 저자들은 기업들이 공급자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 ‘브랜드는 소비자의 소유이며 소비자는 투자자’라는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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