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의 굴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7일 03시 00분


최고시세때 29억짜리 공매
4번 유찰 끝에 15억 낙찰

‘부(富)의 상징’ ‘고급 주상복합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사진)가 자존심을 구겼다.

6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5일 진행된 인터넷 공매시스템 온비드 공매에서 분양면적 218.18m²(전용면적 160.17m²)의 타워팰리스 한 채가 5회차 입찰 끝에 15억2800만 원에 가까스로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타워팰리스가 공매에 부쳐진 첫 사례로 결과에 관심이 쏠렸었다.

최초 감정가가 22억 원이었던 물건은 사려는 사람이 없어 네 번이나 유찰됐다. 그 사이 매각 예정가는 19억8000만 원에서 17억6000만 원으로, 다시 15억4000만 원으로 내려가는 등 속절없이 떨어졌다.

급기야 5일 경매에서는 감정가의 60%인 13억2000만 원에 부쳐졌다. 이날은 9명이 몰리며 낙찰가가 간신히 15억 원을 넘어섰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9.5%.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주택형의 현 시세는 20억5000만∼22억 원 선이다.

2007년 말 같은 면적의 이 아파트 실거래가가 최고 29억 원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 시세 대비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온비드 공매물건은 국가기관(세무서 및 자치단체)이 체납세액을 회수하기 위해 캠코에 매각을 의뢰한 것. 이번에 낙찰된 물건도 소유주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체납해 공매에 나왔다. 앞서 2006, 2008년에도 이 아파트가 공매에 나온 적이 있지만 소유주가 세금을 자진 납부해 공매가 취소됐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의 상징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던 타워팰리스가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공매에 나오고 네 번이나 유찰된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02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타워팰리스는 강남 상류층의 상징이 된 최초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총 4개 동, 최고 66층짜리인 이 아파트는 최고의 시설과 함께 내부에 연회장, 골프연습장, 옥외정원 등을 갖춰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