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아대 승학캠퍼스 우체국의 박장수 국장(53)은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암 투병 중인 부인을 돌보고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다 옆 자리에서 주인 없는 가방을 발견했다. 기차 안에서 잠을 자던 박 국장은 처음에는 옆 사람이 잠시 화장실에 간 것으로 생각했지만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가방 주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차에서 내려 가방을 살펴보니 안에는 현금과 수표가 가득했다. 박 국장은 가방 안에 들어있던 작은 수첩에 적힌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방 주인을 수소문했고, 결국 김모 씨(74)를 찾아내 가방을 돌려줬다.
가방에 들어있던 돈은 현금과 수표를 합쳐 1억 2000만 원. 김 씨는 충남 아산시에 사는 아들이 상점 계약금이 필요하다고 해 급히 돈을 마련해 KTX를 타고 내려가다 실수로 돈이 든 가방을 놓고 내린 것.
김 씨는 "나중에야 이를 알고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밥도 못 먹고 넋을 놓고 있는데, 부산에서 전화가 와 한숨 돌렸다"며 "눈 뜨고도 사기를 당하는 게 요즘 세상인데 이렇게 양심 있는 분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례를 하려 했지만 박 국장이 이를 거절하자 부산체신청에 감사의 편지를 보내면서 2일 이 사연이 알려졌다. 박 국장은 "큰 돈을 잃어버렸으니 상심이 컸을 것"이라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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