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이광석 인크루트 대표… ‘IT신상’ 구입 속도 대한민국 최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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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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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이 갓 지난 아들이 아빠를 닮아 벌써 아이폰으로 ‘뽀로로’를 본다는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 그는 새로운 것을 좇으며 그것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두 돌이 갓 지난 아들이 아빠를 닮아 벌써 아이폰으로 ‘뽀로로’를 본다는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 그는 새로운 것을 좇으며 그것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23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인크루트 사무실에서 만난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36)의 책상에는 구부러진 옷걸이가 놓여 있었다. 발명가 염지홍 씨가 옷걸이로 만든 아이패드 거치대였다. 옷걸이로 거치대를 만든 독특한 발상에 반해 갖고 있단다.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이 대표는 아이패드와 옷걸이 거치대를 들고 나왔다.

그는 “누구나 다 쓰는 아이패드인데 이런 걸 들고 사진을 찍어도 되나요”라며 어색해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누구보다 빠른 그에게 아이패드는 새롭다고 내세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인터뷰 내내 아이패드를 앞에 두고 뉴스위크, 파이낸셜타임스 등을 펼쳐 보던 이 대표는 “새로운 것이 세상을 바꾸고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것을 써봐야 알 수 있다”

이 대표는 새로운 것의 유혹에 약하다. 갖고 싶고, 또 사용해보고 싶다. 2007년 6월 이 대표는 서울대 문화콘텐츠최고위과정에 참가해 1주일 동안 미국 뉴욕으로 연수를 갈 기회를 얻었다. 뉴욕에서 만난 교수들은 하나같이 아이폰에 대해 말했다.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마침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아이폰이 발매됐다. 그날 오후 11시경 그는 동행했던 부인 서미영 상무에게 “지금은 줄이 좀 줄었을 테니 가서 아이폰을 사오겠다”고 말하고는 숙소를 나섰다. 당시 신혼이던 서 상무는 “새신랑이 외국까지 나와 늦은 시간에 부인을 혼자 둔 채 전화기를 사러 나간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새것은 나와 세상 바꾸는 자극제”
美연수중 아이폰 발매 첫날 구매

대학생때 집에 기업용 랜 깔아
인 터넷 관심이 창업으로 연결

이 대표는 결국 아이폰 두 대를 구입해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아이폰을 모바일팀에 주며 “새로운 것을 써봐야 알 수 있고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에는 개인휴대정보기(PDA)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PDA로 연락처나 주소록을 컴퓨터에 저장해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사용을 독려했다. 노트북도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사용해보고 직원들에게 준다. 인터넷 기반의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선 트렌드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 최초로 시도한 인터넷 리크루팅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이런 노력이 있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새로운 것을 좇는 ‘진정한 얼리어답터’다.

○ 인터넷과 만나 세상과 연결되다

이 대표는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다. 1985년 TV에 연결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그는 “컴퓨터와 TV가 연결되는 게 신기했다”며 “사물과 사물이 ‘연결’돼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1994년 대학 2학년에 다니던 그는 또 다른 가능성을 만났다. 인터넷을 시작한 것. 그는 ‘지구 반대쪽까지 1초도 안 돼 데이터가 갈 수도 있겠구나. 정보가 빛의 속도로 흐른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인터넷을 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집에서도 하고 싶었다. 이 대표는 “당시 ‘Co-Lan’이란 기업용 랜이 있었는데 이걸 집에 깔아 달라고 지금의 KT에 요청했다”며 “당시 기업용 랜을 집에 설치한 학생으로 유명세를 치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1996년에는 PC통신 나우누리에 ‘인터넷 스터디 포럼’도 만들었다. 당시는 “인터넷이 뭐예요?”라는 질문이 올라올 정도로 사람들이 인터넷을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라고 생각했다”며 “새로 등장한 인터넷으로 지구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월드컵 축구 경기를 기다리는 심정보다 설렜다”고 말했다.

○ ‘새로움’ 통해 세상에 긍정적 영향 주고 싶어

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그를 인터넷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리크루팅 회사를 만들게 이끌었다. 1998년 찾아온 외환위기로 누구는 떠났고 누구는 남았다. 그는 “당시 구인, 구직 게시판은 있었지만 회사와 구직자가 서로 원하는 조건을 대입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지는 못했다”며 “이런 서비스로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고 싶어 인크루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세상과 사람들의 삶이 변한 것처럼 새로움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인크루트의 인맥 정보와 연결 프로그램에 적용해 사람과 사람을 제대로 연결해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크루트 서비스에는 스마트폰이 나온 뒤 트위터를 통한 채용정보 전달 시스템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활용한 인맥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다. 12년 된 회사에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5월에는 3차원(3D) 입체장비 개발업체인 레드로버와의 합병도 결정했다. 현재 업계 2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세상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평소 지론 때문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끼고 사는 아빠 덕분에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아들이 아이폰으로 ‘뽀로로’를 시청해 영상중독이 아닐까 걱정된다는 그는 동아일보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1998년 6월 동아일보가 인터넷 사이트에 인크루트 링크를 걸어줬어요. 당시 기획안만 갖고 찾아간 동아일보에서 선뜻 제안을 받아줘 회사를 시작할 수 있었죠.”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이광석 대표는

― 1974년생

― 1993년 서울 대일고 졸업

― 1993년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입학(중퇴)

― 1996년 ‘인터넷 월드 엑스포’에 ‘Korean People Center’ 출시

― 1997년 국내 최초의 한영 디렉토리 서비스 ‘ZIP!’(www.zip.org) 출시

― 1998년 인터넷 채용전문업체 인크루트(www.incruit.com) 설립

― 1998년∼현재 인크루트 대표이사

― 2004년 중소기업청 ‘모범청년실업가상’ 수상

― 2007년 대한민국 e비즈니스 대상 대통령 표창 수상

― 2007년∼현재 ㈜그라비티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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