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리포트]감정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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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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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시원찮다고? 고객 후각-촉각을 살짝 자극해봐!

과거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성능, 지인의 추천 등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품질 격차가 줄어들면서 실용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만으로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마음을 유혹하기 어려워졌다.

많은 소비자는 제품을 통해 어떤 가치와 경험을 누릴 수 있는지를 중시하고 있다. 가격이나 성능보다는 특정 제품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 즉 ‘감정 마케팅(emotional marketing)’의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대니얼 핑크는 가격과 기능처럼 인지적 요인을 강조하는 것을 좌뇌 마케팅, 재미와 여흥을 강조하는 것을 우뇌 마케팅이라고 표현했다 (표 참조).

매장에 신선한 향기 불어넣었더니
하루 평균 판매액 40%나 늘어
시각-청각만 이용하던 과거와 달리
미각-공감각까지 활용하는 추세
오감을 건드리면 고객은 무너진다


기업들은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감정 마케팅은 바로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오감(五感) 마케팅이다. 시각과 청각을 주로 이용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촉각, 후각, 공감각 등을 이용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매장 자체를 광고 미디어로 활용하는 스페이스 마케팅, 판매 및 영업사원들을 교육해 고객과의 감정이입을 이뤄내는 공감 마케팅도 각광받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2010년 7월 1일자)에 실린 다양한 감정 마케팅 방법론을 간추린다.

○ 왜 오감 마케팅인가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오감 마케팅이 주목 받는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오감 마케팅은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시카고의 한 향기 연구소가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과 향기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향기 나는 매장에 들어간 고객이 해당 매장에 머무는 시간은 향기가 없는 매장에서 머문 시간보다 30분 정도 길었다. 배스킨라빈스도 매장에 초콜릿 및 페퍼민트 향을 도입한 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둘째,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 및 충성도를 쉽게 높일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활용할수록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브랜드 가치는 높아졌다.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을 보기만 할 때보다 냄새를 맡거나 직접 만질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되며 해당 제품에 대한 호감, 애정, 충성도 역시 커진다.

셋째, 경쟁사들이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정체성과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의 엔진 소리는 자유와 낭만을 상징한다. 아이팟의 독특한 메뉴 조작 방식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제공한다. 이는 모두 경쟁사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해당 업체만의 특성이 됐다.

○ 오감 마케팅의 5가지 성공 비결

남들과 다른 오감 마케팅을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고객의 잠재된 오감 욕구를 발견해야 한다. 고객들이 영화 관람 중 답답함을 느낀다고 해서 좌석 간 간격을 넓히는 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편백나무 향을 이용한 신선한 향기를 영화관에 불어넣어 주면 고객들의 불만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

둘째, 첨단 기술에 오감을 입혀야 한다. 덴마크 뱅앤올룹슨은 세계 최고의 촉감을 가진 전화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 아래 디자이너와 연구원들이 합심해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의 장점을 고루 가진 신물질을 개발했다. 이후 전화기 표면에 유리가루를 압착해 좋은 촉감을 주는 전화기를 개발했다.

셋째, 자사만의 독특한 감각을 고유한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 인텔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반도체의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 알릴지 고심하다 다섯 개 톤의 멜로디로 사운드 로고를 개발했다. 이 사운드 로고는 인텔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넷째,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감각 메시지를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많은 사람은 앱솔루트 보드카를 떠올릴 때 특유의 투명 유리병부터 생각한다. 해마다 광고 콘셉트를 대폭 바꾸는 많은 기업과 달리 앱솔루트 보드카는 1981년부터 한 광고회사와 손잡고 투명 유리병을 강조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섯째, 고객과 제품이 만나는 모든 장소, 모든 접점에서 일관성과 상호 통일성을 유지해야 한다. 세계 90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들리는 음악은 모두 같다. 국적과 장소에 상관없이 스타벅스 커피를 접하는 고객들이 동일한 감각과 경험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 매장을 광고 매체로 활용하라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자체를 하나의 광고 매체로 활용하는 스페이스(공간) 마케팅도 각광받고 있다. 사람들은 화려한 인테리어로 매장을 꾸미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매장 직원에게 톡톡 튀는 의상을 입히는 식의 역발상이 필요하다.

김재산 제일기획 스페이스 마케팅 마스터는 “스페이스 마케팅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디자인하는 일”이라며 “매장 자체의 화려함이나 홀로그램과 같은 첨단 기술을 지나치게 추구하지 말고 고객에게 너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행동도 삼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고객들은 넓고 쾌적한 매장에서 다양한 최신 전자제품을 마음껏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보다 청바지와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매장 직원들의 젊고 발랄한 이미지를 더 많이 기억해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팔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해당 제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광고 효과와 매장 운영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다. 매장에 대형 인공암벽을 설치할 비용이나 공간이 없는 아웃도어 전문 업체라면 매장 직원을 전부 운동선수 출신으로 고용해 전문적이고 상세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 고객과 대면하는 직원들의 감정 지수를 높여라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 구성원들이 고객의 감정을 잘 읽을 수 있도록 직원들을 훈련하는 전략도 훌륭한 감정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판매원이나 영업사원들에게는 이 훈련이 필수적이다. 고객이 판매원을 접할 때 ‘이 사람이 나의 상황과 기분을 잘 파악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야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원 스스로 고객의 감정을 읽고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체계를 갖추고 직원들을 주기적으로 훈련시켜야 한다. 이때 판매원은 먼저 자신의 생활 속 에피소드를 고객에게 들려주면서 고객으로부터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고객의 감정 상태를 간파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머지않아 고객의 목소리, 표정, 눈동자의 움직임, 체온 변화, 뇌 혈류량 변화 등을 통해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콜센터라면 전화기 속 고객 목소리를 분석해 해당 고객이 어떤 기분이며, 이럴 때 어떤 식으로 응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매뉴얼을 준비하는 게 좋은 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출 만한 회사 내외부의 자원은 풍부한지, 실행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점검하고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2010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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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숙명? 우연?… 들뢰즈가 던지는 화두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천개의 고원: 나무 vs 뿌리줄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인 ‘견우’와 ‘그녀’의 사랑은 숙명이었을까. 아니면 우연한 마주침과 지속적인 만남 뒤에 일어나는 사후적인 현상이었을까. 둘은 지하철 에서 술 취한 여성 취객과 순박한 대학생 승객으로 만났다. 연인으로 발전하고 나서도 우연은 이어진다. 견우가 유혹하려던 행인이 알고 보니 ‘그녀’였다는 설정까지도. 마치 만나지 않으면 안 될 사람들인 것처럼 사사건건 부닥치던 견우와 그 녀는 헤어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사랑의 숙명을 테스트한다. 언덕 위 아름드리나무 밑에서 훗날 다시 만나기로 한 것. 과연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 견우는 말한다. “우연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다.” 사랑이 숙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아름드리나무처럼 뿌리를 단단히 박고 늘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숙명의 연인을 기다린다. 반면 우연한 마주침과 사랑의 인과관계를 믿는 이들은 땅속을 헤집고 증식하는 식물의 뿌리와 줄기처럼 움직인다. 촉수를 뻗어 다른 이와 마주 치고, 만났다가 분리되며 온갖 방향으로 뻗어나가 인연을 쌓는다. 아름드리나무처럼 숙명을 믿고 확신에 가득 찬 삶을 영위할 것인가. 아니면 예기치 못한 우발적인 마주침과 사건을 축복으로 여기며 쿨 하게 살아갈 것인가. 프랑스 철학자 들뢰 즈가 던지는 삶의 화두를 소개한다.

강력한 협상 상대라면 그의 자부심을 활용하라
▼ 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협상 상대방이 여러 면에서 강력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애덤 D 갈린스키 교수와 동료들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부자, 고학력자 등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들은 협상 시 목표를 높게 잡고, 항상 자신이 통제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며, 공감 능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 이런 사람을 협상 파트너로 만났다면 역으로 이들의 특성을 이용하 면 된다.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협상자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생각에는 신경을 쓰지 않지만 자신이 직접 설정한 목표에는 관심을 기울인다. 또 이들에게는 일반적인 설득 기법이 잘 먹히지 않는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교묘한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당신이 제시한 좋은 아이디어를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 더 많은 책임을 안기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들은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층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강력한 협상 파트너 를 만나서도 승리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을 제시한다.

현재 한국의 최대 기업은 과연 삼성전자일까
▼ 회계를 통해 본 세상/국제회계기준, 양날의 칼이 온다



한국 최대 기업은 삼성전자일까.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한국 최대 기업을 따진다면 삼성전자는 2008년 말 기준 약 100조 원으로 국내 기업 중 8위에 불과하다. 1∼7위 는 금융회사가 싹쓸이했다. 1위는 우리은행이다. 그렇다면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 역시 1위는 2008년 75조 원의 매출을 올린 우리은행이다. 삼성전자는 73조 원에 그쳤다. 하지만 포천이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국 최대 기업이다. 왜 그럴까. 회계 기준이 달라 벌어진 결과다. 기업을 평가할 때 개별 기업 자체로 평가하느냐(개별 재무제표),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를 모두 합한 연결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연결 재무제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국은 개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다른 많은 국가는 자회사들을 모두 모회사에 합해 작성한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올해부터 국내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은 연결 재무제표를 주재무제표로 한다. 기업의 언어 인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한국어를 쓰던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눠야 할 때와 같은 혁명적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IFRS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의 자율권이 커지는 반면 부담해야 할 위험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최 종학 교수가 IFRS가 몰고 올 변화를 조목조목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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