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게임이 흥행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게임이 대박 나기 위해선 우리 눈을 즐겁게 할 ‘기술’도 뒷받침돼야 할 것 같다.
15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내 LA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미 지역 최대 게임쇼 ‘E3(일렉트로닉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2010’에는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메이저 게임업체들이 주도하는 ‘신기술 잔치’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창의력을 자유롭게 하다(Creativity unleashed)’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약 300개 업체가 참여했다. 국내 업체로는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을 비롯해 ‘테라’를 만든 ‘블루홀 스튜디오’ 등이 참여했다. 이미 개막 전 14일 MS가 인간의 몸을 조종기로 하는 ‘키넥트’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는 등 저마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기술과 게임을 선보였다.
○ 같은 듯 다른 닌텐도와 소니의 3차원(3D) 혁명
개막일 단연 화제는 닌텐도와 소니. 두 회사 모두 같은 날 3D 관련 기술 발표회를 가졌다. 둘 다 “게임산업의 무게중심이 3D로 이동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듯 다른 접근법이 나타났다.
닌텐도는 이날 다운타운 내 노키아 극장에서 발표회를 열고 세계 휴대용 게임기 열풍을 몰고 왔던 ‘닌텐도DS’의 3D 버전 ‘닌텐도3DS’를 공개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안경 없이 맨눈으로 3.5인치 화면의 게임을 입체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화면에 미세한 틈이 있는 필름을 입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보는 영상에 시간차를 둬 입체감을 준다. ‘뎁스 슬라이더’ 버튼으로 3D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고 기기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찍은 사진도 3D로 볼 수 있게 했다.
닌텐도
“안경없이 맨눈으로 즐긴다” 휴대용 ‘닌텐도3DS’ 공개
이와타 사토루(巖田聰) 닌텐도 대표는 “안경 없이 보는 게임기가 혁신적이라 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라며 ‘콘텐츠’도 강조했다. 그는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서드파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디즈니나 워너브러더스,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3D 콘텐츠도 닌텐도에서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소니는 기술을 통해 게임기 자체를 진화시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대표는 새로운 기기를 내놓는 대신 기존 ‘플레이스테이션3’를 이용해 3D 영상을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를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PSN)에서 내려받은 후 이를 소니 브라비아 3D TV로 볼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소비자가 3D 게임기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지만 소니 그룹 간의 ‘윈윈’을 통해 게임기를 홈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담겼다. 소니
“SW 다운받아 3D TV로” 동작 인식 조종기도 선보여
이와 함께 소니는 올해 9월 발매를 앞둔 동작인식 조종기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도 공개했다. 기기 내 탑재된 ‘아이카메라’와 조종기 앞에 붙은 적외선 탐지기가 인간의 동작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 비디오게임 업체들의 플랫폼 실험
3D 열풍은 행사장 내내 곳곳에서 나타났다. 스퀘어 에닉스의 ‘프런트 미션 이볼브드’를 포함해 THQ의 ‘메트로 2033’ 등 글로벌 비디오게임 개발 업체들도 3D 시장을 겨냥한 입체 게임들을 내놨다.
특히 이번 E3에서 주목을 받은 업체 중 하나는 THQ로 20년 넘게 비디오게임만 만들다 올해 처음 ‘스맥 다운 온라인’, ‘워해머40000’ 등 온라인게임 신작들을 선보였다. 행사장에서 만난 THQ 브라이언 패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게임 트렌드가 온라인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부분 유료화 같은 수익 모델부터 마케팅 등 사업 전략들을 한국 업체들과 함께 일하며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도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등장했다. 행사장 곳곳에 아이패드 전시장이 생겼다. 일본 게임 개발사 ‘세가’의 ‘슈퍼 몽키볼 2’부터 코나미의 ‘프로거 패드’, 반다이남코의 ‘팩맨’ 등 대부분 고전게임이 아이패드를 통해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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