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글로벌 녹색기업’ 도약의 꿈 영근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태양전지 모듈 100% 전수검사… 비바람에도 25년 끄떡없게 ‘가혹실험’

원재료∼건설 수직계열화
품질로 후발주자 불리함 극복

태양전지-LED-공조 시스템
녹색 신사업 3대축 이뤄

LG전자 구미 태양전지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태양전지 제품을 들고 결함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LG전자 구미 태양전지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태양전지 제품을 들고 결함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볼링공만 한 40kg의 금속공이 태양전지 모듈(태양전지 60개를 결합한 판)을 향해 세차게 내던져졌다. “쾅∼.” 어깨가 움츠러들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금속공을 치운 후 모듈을 가까이서 보니 흠 하나 없이 멀쩡하다. 옆에선 우박 저항성 실험이 진행됐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얼음이 모듈을 향해 발사됐다. 얼음은 판에 닿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지만 모듈은 여전히 멀쩡했다. LG전자 실험실 연구원은 “태풍 ‘매미’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이라고 했다. LG전자가 경북 구미시에 마련한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라인 내 ‘가혹 실험’ 장면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구미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모듈 라인 일부를 태양전지용으로 전환했다.》

LG전자가 녹색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까지 녹색 경영에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LG그룹 전략의 중심에는 LG전자의 녹색 신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 태양전지와 차세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시스템, 공조 시스템이 녹색 신사업의 3대 축이다.

○ 태양전지 수직 계열화

LG전자 솔라사업팀은 25년 동안 세찬 비바람을 맞아도 고장 나지 않는 태양전지 및 모듈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조관식 LG전자 AC사업본부 솔라사업팀 상무는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튼튼하고 흠 없는 제품”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싼값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고장이 잦고 도산하는 업체도 많아 세계 시장에서 모듈의 내구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가혹 실험에 앞서 모듈을 사람 눈으로 전수 검사하는 과정도 거친다. 모듈은 태양전지 60장과 이들 앞뒤로 층층이 겹친 백시트, EVA 필름으로 구성되는데 필름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거나 태양전지에 금이 갔을 때 사람 눈이 가장 먼저 잡아낼 수 있다. 대개 경쟁 업체는 샘플만 뽑아 육안검사를 하는 데 비해 유난히 까다로운 검사 과정을 거친다. 시간도 몇 배 더 걸린다. LG전자는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흠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전수검사를 강행하고 있다.

태양전지용 웨이퍼 검사 LG실트론 웨이퍼공장에서 직원이 완성된 태양전지용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LG실트론
태양전지용 웨이퍼 검사 LG실트론 웨이퍼공장에서 직원이 완성된 태양전지용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LG실트론
올해는 사실상 LG그룹의 태양광 사업 원년이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 제품인 태양전지 및 모듈의 생산과 수출이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LG는 2005년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진출해 국내 8개 지역에 18개 발전소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LG화학 LG전자 LG솔라에너지 등 계열사가 원재료 생산부터 발전소 건설까지 역할 분담을 확정해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태양광 발전 사업에 발을 담근 회사는 많지만 모든 공정을 수직 계열화한 회사는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과 LG그룹뿐이다.

현재 LG의 태양광 발전 생산 능력은 연간 120MW(메가와트) 수준이다. LG는 이를 올해 말까지 240MW 수준으로 늘릴 수 있도록 생산시설을 늘릴 계획이다. 3∼4년 내에 1GW(기가와트)급 이상으로 만들어 ‘글로벌 GW 플레이어’ 중 하나가 된다는 목표다.

○ “친환경 조명으로 지역 경관도 바꿔”

태양광 버스정류장 LG전자가 7∼9일 대구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그린에너지 엑스포’에서 선보인 버스정류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를 통해 냉난방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태양광 버스정류장 LG전자가 7∼9일 대구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그린에너지 엑스포’에서 선보인 버스정류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를 통해 냉난방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포스코 포항 공장의 야경은 주변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밝고 경쾌한 조명을 찾던 포스코는 LG전자의 플라스마라이팅시스템(PLS) 조명을 보고 무릎을 쳤다.

PLS 조명은 LG전자가 순수 자체 기술로 독자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극초단파를 통한 새로운 친환경 조명 시스템으로 태양광과 가장 유사한 광원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천장이 높은 실내나 외부의 경관 조명 분야에 쓰이며 올해 안에 스포츠 분야에 특화된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대규모 공장 단지, 스키장, 스포츠센터 등 실내외 조명에 적합하다. LG전자 관계자는 “포스코 포항 공장이 PLS 조명을 설치한 뒤 주변 지역의 야경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올해 LG전자는 PLS 조명 분야에서 약 300억 원이 매출 목표다.

LG전자는 PLS 외에도 2008년부터 LED 조명 관련 사업도 준비해 왔다. 최근에는 할로겐전구를 대체하는 LED 전구 ‘MR16’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MR16은 소비전력이 4W로 기존 20W급 할로겐전구를 대체하는 친환경 고효율 제품. 할로겐전구 대비 80% 이상의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고 수명이 5만 시간으로 하루 12시간씩 써도 10년간 교체할 필요가 없다.

지열, 태양광, 태양열, 바이오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는 2007년 약 2300억 원에서 올해 42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LG전자는 지난 40년간 축적한 에어컨 공조기술과 고효율 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솔루션’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에너지 솔루션 사업은 에너지 시스템 제품 개발, 제안, 설계, 시공,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구미=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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