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미소금융’ 연내 출범… 低신용자에 8조~10조 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7일 03시 00분


자영업을 하려는 서민에게 창업 및 점포 운영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미소(美少)금융이 지난해 등장한 데 이어 신용도가 낮은 서민에게 의료비 등 긴급 생활자금을 대출해주는 ‘제2의 미소금융’이 올해 안에 나온다. 제2의 미소금융 대출 규모는 8조∼10조 원으로 1인당 1000만 원까지 빌려줄 예정이어서 최대 100만 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와 제2금융권은 5년간 1조6000억∼2조 원에 이르는 대출 보증재원(財源)을 조성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생활자금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저축은행들은 최근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저축은행중앙회의 지급준비예탁금 운용수익에서 매년 400억 원씩 5년간 모두 2000억 원을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농협과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회사들도 현재 80조 원에 이르는 비과세 예탁금의 0.15∼0.2%인 1200억∼1600억 원을 매년 내놓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예산 등을 통해 서민금융회사들이 내놓은 액수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이를 모두 합하면 5년 동안 지역신용보증재단에 투입하는 금액은 최대 2조 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1000만원까지 빌려줘… 최대 100만명 혜택 예상

지역신보는 출연 금액의 5배가량을 보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실제로 대출되는 금액은 8조∼10조 원이다. 1인당 1000만 원씩 빌려준다면 최대 100만 명을 지원할 수 있다. 지금은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이어야 은행에서 담보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 서민금융회사들도 저신용자 대출을 기피하는 바람에 상당수 서민은 대부업체에서 최고 연 49%의 고리(高利)를 물고 급전을 빌려 쓰는 실정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라도 지역신보에서 보증서를 받으면 전국의 저축은행, 농협과 수협, 신협 창구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금리는 연 10%대 초중반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 당국은 이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 신용보증재단 중앙회에서 대출 기준을 만든 뒤 지역신보의 심사를 거쳐 돈을 빌려주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정책은 서민들에게 다양한 용도의 긴급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만큼 대출범위가 창업·운영자금에 국한된 미소금융보다 더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모도 10년 동안 2조 원을 빌려주는 미소금융의 4, 5배에 이른다.

또 금융위원회는 지방의 저축은행이 수도권 서민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영업구역 제한을 완화하고 여신전문 출장소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가계대출 규제를 완화해 서민대출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 정책의 대략적인 내용을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 보고했으며 조만간 당정협의를 거쳐 세부사항이 확정되는 대로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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