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위기… 삼성 앞날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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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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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3개월 만의 경영 복귀 一聲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68·사진)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삼성 비자금설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받아 2008년 4월 22일 공식 직함이었던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퇴한 지 23개월 만이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인용 부사장은 24일 “이건희 회장이 오늘부로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복귀 일성(一聲)으로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말했다고 이 부사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비롯해 고비 때마다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면서 삼성을 이끌어 왔다. 이 회장의 복귀로 삼성의 투자와 사업조정 등에 대한 의사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 사업 추진과 기업 인수합병(M&A) 등 삼성의 미래가 걸린 큰 그림을 그리는 데 강력한 구심점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삼성 사장단협의회는 지난달 17일과 24일 이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논의했으며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이 회장의 경험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복귀 건의문을 작성했다.

당시 일본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가 불거져 글로벌 톱 기업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사장들 사이에 있었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복귀 건의문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통해 이 회장에게 전달됐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지금은 아니다”라며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숙고한 끝에 이달 23일 이수빈 회장에게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42층에 회장실을 만들고 있다. 이 공간에는 이 회장을 보좌하는 조직이 함께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축소했던 그룹조직도 확대 개편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사장단협의회 밑에서 기초적인 그룹 업무를 하고 있는 업무지원실, 커뮤니케이션팀, 법무실을 업무지원실, 브랜드관리실, 윤리경영실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활동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 회장이라는 직함이 유치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가 올림픽의 가장 큰 스폰서 업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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