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스포츠 해’ 주가하락 징크스… 응원은 뜨겁게, 투자는 냉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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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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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동양인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500m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남녀가 동반 금메달을 따 빙상강국으로 우뚝 섰다. 이뿐만 아니라 스키점프나 봅슬레이 같은 종목에도 출전해 한국의 겨울스포츠가 다양해지고 실력도 국제 수준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 전용’ 스포츠 대회인 겨울올림픽에서 이제는 세계 강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정말 자랑스럽다. 이런 여세를 몰아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으로서의 국격이 갖추어질 것이다.

그런데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가 열린 해와 증시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투자자 편에서는 마냥 들뜬 기분을 만끽할 수만은 없다. 과거 10년 동안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린 해와 증시는 별로 궁합이 맞지 않았던 탓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닷컴버블’이 붕괴된 해였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온 국민이 4강 진출의 환희를 맛보는 동안에도 증시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증시는 저조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금융위기가 터져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증시에서도 소위 ‘짝수 해 징크스’를 거론하는데 묘하게도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짝수 해에 치러지게 돼 있는 것이 어쩌면 악연 같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겨울올림픽과 월드컵이 동시에 열리는 터라 행여 증시가 두 배로 애를 먹이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큰 스포츠 행사를 주최한 국가의 증시도 대부분 좋지 않았다. 아마 스포츠 행사를 위해 과잉투자를 한 부작용이 일정 부분 있을 것이고 국민들이 스포츠 대회를 보느라고 본업에 잠시 소홀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큰 축제 이후 며칠 동안은 후유증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만큼 노동의 집중도가 일주일만 떨어져도 나라 전체로 보면 적지 않은 피해가 미친다.

더구나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환호하는 동안 미국이 돌연 출구전략을 시작했고 중국도 빠르게 긴축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 한국도 1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사상 최저수준의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고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금리인상은 한편으론 경기회복이 강력하다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문제는 인상 속도에 있다. 금융위기 때 단기간에 금리를 급격히 인하한 만큼 인상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겨울올림픽이란 축제의 즐거움을 증시와 연계하려다 보니 ‘하필왈리(何必曰利·굳이 이익만 따지느냐)’라는 맹자의 말씀이 떠올라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투자는 기분과 분리해야 한다. 올해만은 ‘스포츠 해 징크스’가 깨지기를 희망해 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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