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경희대 연동건 교수 연구서 밝혀… 50세 이상 168만명 데이터 분석
“대상포진 백신이 체내 염증 낮춰… 심혈관-만성 호흡기 질환 위험↓”
해외 연구선 “치매 예방에도 효과”… 연 교수 “국가예방접종에 포함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대상포진 생백신 ‘스카이조스터’. 현재 국내에 출시된 유일한 대상포진 생백신이다. GSK의 ‘싱그릭스’도 대상포진 백신으로 출시돼 있지만 이는 유전자 재조합 백신인 사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최근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면역력 저하로 인한 여러 감염병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겨울철 감염병 하면 보통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이 발병하는 질환이 대상포진이다. 최근에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뇌 질환,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며 예방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대상포진 생백신, 심혈관 질환 위험 26% 줄여
연동건 경희대 의대 디지털헬스학교실 교수(사진)는 최근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대상포진 백신이 체내 염증 반응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가설이 최근 2, 3년간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며 “심혈관계 질환부터 뇌 질환까지 광범위한 질병의 발병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진 염증 반응을 줄여 원래 목적인 대상포진 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질환에도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연 교수는 올 8월 대상포진 생백신이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에 발표했다. 생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 혹은 세균의 독성을 거의 제거한 백신으로, 병원체를 완전히 죽인 사백신과 구분된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대상포진 생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가 유일하다.
연 교수는 2012∼2021년 50세 이상 한국인 167만8000여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포진 생백신을 맞은 군은 맞지 않은 군보다 심근경색, 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계 질환(MACE)의 발병 위험이 26% 줄었다. 이 효과는 백신 접종 후 2, 3년간이 가장 높았으며 8년까지 예방 효과가 지속됐다. 연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 전반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은 특이한 결과”라며 “대상포진 생백신의 부수적인 예방 효과 범위가 넓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알려진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활동을 시작하면서 발병한다. 특히 신경절에 머무르기 때문에 극심한 신경통이 발생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안면 마비, 뇌염에 이르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 확대 필요”
연 교수는 올 9월 대상포진 생백신이 만성 호흡기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알러지’에 발표했다. 50세 이상 한국인 250여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생백신을 접종할 경우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발병 위험이 30%, 천식 32%, 간질성 폐질환(ILD)이 22% 줄었다. 특히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중증도율은 최대 41%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해외에서는 대상포진 생백신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올해 4월 대상포진 생백신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71∼88세 28만여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백신을 접종한 경우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20%가량 낮았다.
대상포진 생백신이 고령층에서 치명적일 수 있는 질병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연달아 나오면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대상포진 백신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대상포진 백신은 NIP에 포함되지 않아 각 지자체에서 예산을 마련해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시민에게만 무료 접종을 제공하고 있다. 연 교수는 “지자체 무료 접종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NIP를 통해 대상포진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고령화 시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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