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산업 ‘샌드위치’… 비상구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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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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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기술-중국 가격에 밀려… “올해 세계진출 사활 걸어야”


태양광 발전이 녹색성장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우리나라가 가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또 하나의 수출 효자 품목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발전 기술은 선진국의 70∼80% 수준이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가 희미하다. 최근에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에 국내 시장에서도 밀리는 형편이다.

22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태양전지모듈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공급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6%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 기업은 국내 소비 태양전지모듈의 53%가량을 공급해 최대 공급 국가로 부상했다. 중국 제품 비중은 2006년 0%였지만 2008년 23%, 2009년 53%로 급증했다.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선테크파워, 잉리, JA솔라는 글로벌 태양전지 시장에서 각각 2, 5, 6위를 차지했다. 중국 제품이 선전하는 이유는 품질 대비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박휘곤 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사무처장은 “에너지전환효율(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정도)은 미국, 일본산보다 조금 낮으나 싼 가격이 이 같은 단점을 커버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중국 업체들엔 기회가 된 셈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내 태양광 발전 산업이 기술력과 가격, 두 가지 면을 고려할 때 ‘샌드위치 신세’라고 평가한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선진 업체들과 우리나라 업체들의 기술 수준을 비교한 결과, 해외선도기업 수준이 100이라면 국내 업체의 기술은 폴리실리콘 80, 잉곳·웨이퍼 70, 실리콘 태양전지 80, 모듈 70, 시스템 70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가격경쟁력은 중국산을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가 지난해 11월 국내 업체 1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중국산이 108 정도로 더 경쟁력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에 글로벌 태양광 산업의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팽창 속도 및 그리드패리티(신재생에너지 전기 생산 단가와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기 생산 단가가 동일해지는 지점)가 다가오는 속도를 고려한 것이다. 유럽의 태양광 전문가들은 그리드패리티가 오는 시점을 3년 전만 해도 2020년으로 봤으나 최근에는 2015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세계 태양전지 시장 규모가 38% 성장할 것”이라며 “태양전지 셀과 모듈의 가격 하락은 그리드패리티의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 속도를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정식 세계태양에너지엑스포조직위원장은 “올해와 내년에 세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앞으로 ‘명함’조차 내밀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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