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서린사옥 35층 연회장. 송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사진)은 인사말이 끝난 뒤 왼손을 들어 손가락 5개를 펼쳐보였다. 구 사장은 "엄지는 최고경영자(CEO), 검지는 임원, 중지는 팀장, 약지는 팀원인 실무자, 새끼손가락은 사원이라고 생각해 보면 이 안에 경영의 방법이 다 담겨 있다"고 운을 뗐다. 우선 CEO인 엄지는 다른 손가락과 달리 어느 손가락과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 이는 한 회사의 CEO가 엄지처럼 포용성과 개방성을 갖추고 조직의 구성원 모두와 만나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구 사장은 또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만 치켜세운 제스처는 회사가 힘들어 나머지 구성원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더라도 CEO는 우뚝 서서 기를 살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엄지와 검지를 붙여 만든 동그라미는 돈을 상징한다. 이는 엄지인 CEO와 검지인 임원이 회사의 돈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
구 사장은 각 구성원의 역할론도 손가락에 빗대 설명했다. 팀장을 뜻하는 장지가 가장 긴 것은 조직 내부에서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뜻. 하지만 팀장이 너무 잘나 나머지 구성원의 역할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장지만 세우고 나머지를 구부리면 서양에서 욕을 의미하는 제스처가 되는데 이는 팀장이 혼자 잘난 체를 하면 조직을 욕되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등장한 '손가락 경영론'은 구 사장이 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한 뒤 나름대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한편 구 사장은 "올해는 3월 취임 이후 국제 석유시장이 줄곧 나빠 어려움을 겪었지만 종합에너지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생존전략을 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해였다"며 "내년에는 그동안 준비한 다양한 경영전략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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