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하듯… 미술관 둘러보듯… 모델하우스 마케팅 오감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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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2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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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넘치는 써라운드 입체 음향이 나오자 사람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360도 서클 영화관에서 3차원(3D) 입체 영상을 보고 있자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실제로 지상 59층에 도착한 듯 했다. 눈앞에는 초고층 아파트 높이에서 바라본 한강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들어왔다.
영화나 공연 얘기가 아니다. 지난주 문을 연 한 아파트 본보기집(모델하우스)의 모습이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신규주택 및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종료를 앞두고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본보기집 마케팅 전략도 치열해지고 있다.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영상에서부터 가벼운 터치만으로 시연되는 첨단 기술까지 그 방법도 다양하다.

●입체 영상과 터치스크린으로 실감나게
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문을 연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본보기집.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 5분여간의 입체 영상 상영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탄성소리가 나왔다. 이어 3분간 바닥에서 아파트와 단지 인근 도로 모형이 튀어나오자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갖가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이 본보기집에는 개관 후 3일간 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이 중에는 실제 아파트 청약을 고려하고 있는 실수요자들도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 구경 나온 '나들이파'도 많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입체 영상으로 꾸며진 또 다른 영상관에서는 눈앞에서 단지의 사계절 전경이 펼쳐졌다. 또 입체효과를 통해 눈과 가을비에 떨어진 나뭇잎이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 그림자의 머리 위 높이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검은 거울처럼 보이는 터치스크린을 만지니 홈 네트워크 등 아파트 단지에 적용될 첨단 기술이 빛 형태로 시현됐다. 50대 1의 비율로 만들어진 단지 모형은 바닥 넓이만 70㎡로 높이가 4.3m에 이른다.
두산건설 조동희 상품개발팀 과장은 "2700세대, 8개 동에 달하는 단지의 위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단지에서 보게 될 실제 전망을 항공촬영과 첨단 기술을 결합해 보여준 것"이라며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현혹은 지양해야"
시공될 아파트의 실제 모습을 본보기집 안으로 들여놓는 경우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에서 문을 연 '수원 아이파크 시티' 본보기집 내부에는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아파트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외부에서 보이는 아파트의 입면 디자인은 물론 세대 내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까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아파트의 독특한 외벽 형태와 벽의 색감을 실제로 느껴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분양 중인 '해운대 아이파크' 본보기집에서 원하는 아파트의 면적, 조망, 방 개수 등을 선택하면 해당 세대의 조망을 모바일 PC를 통해 직접 볼 수 있는 조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작해 시연 중이다.
현대건설도 최근 문을 연 인천 영종힐스테이트 본보기집에 날씨 정보와 주차 위치를 알려주는 '말하는 매직 거울', 입주자의 동선에 따라 조명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시스템 등을 시연한 유비쿼터스 체험관을 설치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경기 김포시 고촌면 '래미안 한강신도시' 본보기집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도우미를 배치하고 크리스마스 맞이 이벤트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대여해주는 등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모델하우스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상품의 우수성을 실감나게 설명하는 동시에 건설사의 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을 보여줘 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다. 밀어내기 분양으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경우 저조한 청약 경쟁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몇 억원씩 하는 아파트가 실제 지어졌을 때의 모습을 최대한 생생하게 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실물과 다른 모습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일시적인 '쏠림현상'을 만들어 충동구매를 부추기려는 식의 마케팅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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