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에도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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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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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말하는 ‘두바이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튼튼한 기초체력 없는 화려한 마케팅만으론 오래 못가
상상력의 한계를 넘는 창조경영 가치는 여전히 소중

두바이는 거대한 인공섬인 ‘팜 아일랜드’(사진)와 같이 상상을 뛰어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로 창조경영의 상징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채무상환 유예 선언으로 두바이의 창조경영은 새로운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두바이는 거대한 인공섬인 ‘팜 아일랜드’(사진)와 같이 상상을 뛰어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로 창조경영의 상징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 채무상환 유예 선언으로 두바이의 창조경영은 새로운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갑작스러운 채무중단선언으로 글로벌 신흥시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두바이 사태’가 두바이월드의 채무 재조정 착수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막 위 부족국가에서 출발해 7성급 초호화 호텔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인공 섬을 잇달아 건설하며 화제를 뿌린 두바이는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창조경영’의 상징이었다. 세계의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두바이를 창조경영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두바이는 과도한 차입에 기반한 부동산 투자가 문제가 되면서 당장 빚 독촉에 시달리는 채무자의 신세로 전락했다. 두바이로 대표되는 창조경영에 새로운 의문을 던져준 셈. 그렇다면 창조경영의 의미가 퇴색된 것일까? 동아일보는 경영 전문가들에게서 두바이의 실패에서 배우는 창조경영의 새로운 과제를 살펴봤다.

○ 리스크는 창조경영의 숙명

임채운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두바이가 위험에 빠진 데 대해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시도하는 창조경영은 당연히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위험)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창조경영을 시도한 열에 아홉은 실패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사람들은 성공만을 보려는 ‘석세스 바이어스(Success Bias·성공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창조경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예술적인 건축물일수록 내진(耐震) 설계가 더욱 필요한 것처럼 창조경영의 장밋빛 구상을 활용하되 잠재된 리스크를 견딜 수 있는 프로세스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습 군주제인 두바이처럼 견제 없는 리더십을 갖춘 조직은 태생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취약하다는 것도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두바이에는 정부정책의 잘못을 지적할 야당 등 견제세력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에 나서도 제지할 세력이 없으니 위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양병무 서울사이버대 평생교육원장은 “과거 대우그룹, 율산그룹의 몰락에서 배웠듯이 강한 추진력을 갖춘 리더일수록 주변 환경을 살피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창조는 쉼 없는 변신을 병행해야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사례를 들었다. 1910년대 ‘사막 위의 도박 도시’로 출발한 라스베이거스는 한계에 봉착할 때마다 △노인의 휴양도시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가족 관광도시 △대형 컨벤션산업의 중심 등 변신을 거듭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해 왔다. 이 대표는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두바이도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1970년대 석유파동, 1997년 외환위기 때 실패를 겪으면서도 중공업, 정보기술(IT) 등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며 변신한 한국도 넓게 보면 창조경영의 성공사례”라며 “두바이도 창조경영을 유지하되 성장의 구조를 바꿔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기본 체력은 모든 경영전략의 필요조건

창조경영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렸더라도 튼튼한 기본 체력 없이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는 조언도 많았다. 조남건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바이는 건축물의 화려함과는 달리 사회의 근간을 움직이는 우편 및 교통 시스템, 노동시장의 안정성 등에 문제가 많았다”며 “성장의 기본 체력을 갖추지 않고, 화제를 만들어내는 데 치중하면 쉽게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만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다”며 “기본을 쌓지 않고 성공적인 마케팅만으로 지속가능한 창조경영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영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두바이의 창조경영이 준 교훈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두바이가 부활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지만 주변 국가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기존의 가치는 남아있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었다. 김재문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너무 좋은 면만 봤던 것처럼 이제는 잘못된 면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주변의 아랍국가와 달리 개방적 시스템을 갖췄다는 강점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조동성 교수는 “두바이가 지금의 실패를 사전에 예측했더라도 창조경영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10년 뒤를 내다보며 창조경영과 현실경영의 균형을 맞추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창조경영::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고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거나, 창출할 토양을 마련하는 경영 방식을 의미한다. 과거 대량생산 시대의 경영은 제품의 질이나 제조의 효율성을 강조했으나 다품종 소량 생산, 지식정보화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가치 창조가 경영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해외에선 두바이, 애플의 아이폰, 국내에선 전남 함평 나비축제, 삼성의 발광다이오드(LED) TV의 성공이 창조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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