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시장 모처럼 큰 장… 덩치보다 ‘실속’ 따진다

  • 입력 2009년 9월 29일 20시 23분


업계, 부실 털어낸 대우인터내셔널 눈독
대우건설-동부메탈은 연내 매각 불투명
하이닉스반도체는 분할 매도 가능성도

거대 기업의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열리고 있다. 최근 효성그룹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종합상사의 인수의향서를 단독으로 제출한데 이어 29일에는 대우건설의 입찰이 마감됐다. 내주 중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29일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현대종합상사 등 조만간 M&A 진행이 예상되는 5개 기업의 예상 매각 규모는 총 11조~13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M&A 매물은 많지만 '매수자'들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M&A를 자산 불리기의 수단으로 활용해 중견 기업들도 무조건 달려들던 기존 M&A 양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M&A에 성공한 뒤 자금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그룹 자체가 흔들리는 '승자의 저주'가 최근 자주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이 '군침' 흘리는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인터내셔널은 매물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이 많다. 포스코와 한화그룹, GS그룹 등이 대우인터내셔널의 잠재적 매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SK그룹과 STX그룹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그룹 부도 영향에서 벗어나 부실을 털어낸 데다 해외자원개발 등 향후 전망이 밝은 사업구조로 개편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지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 24%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를 위해서는 2조5000억∼3조 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매각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영주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인터내셔널은 공적자금위원회의 매각 대상 1호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도 "인수를 위한 자금부담 규모가 크고 해외자본 참여가 쉽지 않다는 걸림돌이 있지만 올해 안에 매각 주간사가 선정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인수 주체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종합상사, 엇갈리는 전망

효성이 단독 입찰한 하이닉스반도체와 현대중공업이 단독 입찰한 현대종합상사는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하이닉스는 효성이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는 의견과, 효성이 인수하기에는 버겁다는 의견이 팽팽한 반면 현대종합상사는 무난히 현대중공업에 팔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현대종합상사의 매각 규모는 2000억~2500억 정도여서 현대중공업의 여력으로 볼 때 큰 부담은 아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효성의 시가 총액은 2조4400여억 원, 하이닉스반도체의 시가총액은 11조5200여억 원에 달한다. 경영권 인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만 최대 4조원대로 추정된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다음날인 23일 효성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져 시장은 '배보다 배꼽이 큰' M&A 시도에 냉담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하이닉스반도체의 지분을 분할 매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효성의 원활한 인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이 연내 매각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효성이 사모펀드로부터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면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격, 시황 이외에 M&A 발목 잡는 걸림돌

시장 전문가들은 M&A 시장이 냉각된 이유로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차이가 큰 점(동부메탈) △해당 기업의 업종 시황이 좋지 않은 점(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해외매각을 제한하는 매각 방식(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경영권 행사의 어려움(대우조선해양) 등을 꼽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우건설과 금호생명의 조기 매각이 절실하지만 매수자를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금호생명은 1년 넘게 매각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2월 칸서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자금 유치에 실패해 결렬됐다.

대우건설 역시 연내 매각이 불투명하다. 동부그룹의 동부메탈 매각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동부메탈은 산업은행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은 7000억 원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산업은행이 부르는 가격은 4000억원 정도여서 양측의 의견 차이가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노조가 매각의 걸림돌로 꼽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 불경기라는 어려움 이외에도 강경 노조의 반대 등이 매각을 가로막는 이유로 분석된다"며 "여기에 루마니아 법인 부실 등의 악재까지 불거진다면 조만간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기사에 도움을 준 애널리스트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이왕상,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SK증권 김기영, 신영증권 이승우, 굿모닝신한증권 조인갑, 대우증권 송종호, 대신증권 반종욱, 한국투자증권 한상희, 푸르덴셜증권 임영주, 한화증권 김홍균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김용석 기자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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