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企, 금융권서 빌린돈 37% 부동산투자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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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064곳 최근 5년간 장기차입금 조사… 생산설비 투자는 16% 그쳐

중소기업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으로 생산설비에 투자하기보다 부동산 구입에 더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중소기업들의 부동산 구입액은 생산시설 투자액의 2배를 훨씬 웃돌았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의 중기 자금지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적지 않은 규모의 지원자금이 부동산 투자 등 비(非)생산적인 용도에 쓰이고 있어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3일 한 국책연구소와 함께 외부감사 대상 법인(자산 70억 원 이상)인 전국 1686개 대기업과 1만506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장기 차입금(1년 이상 대출) 및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들은 2004∼2008년 5년간 약 126조601억 원을 전체 금융권에서 빌려 이 중 47조3823억 원(37.6%)을 부동산 투자에 썼다. 이에 반해 기계장치 등 생산설비 투자는 20조6898억 원(16.4%)에 그쳤다.

대기업들은 같은 기간 68조9926억 원을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이 중 21조2145억 원(30.7%)을 생산설비 투자에 썼다. 부동산 구입에는 19조1799억 원(27.8%)이 들어갔다. 1년 이상 장기 차입금 중 부동산 투자비중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9.8%포인트나 높았다. 중소기업들의 비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대출금 전용이 심했음을 알 수 있다.

대출금 전용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올해 5∼7월 중소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다른 용도로 유용한 사례 162건을 적발한 바 있다. 이 중에는 신규 자금수요가 없는데도 운전자금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한 중소기업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최근 경기 시화, 반월, 인천 남동공단 등 수도권 공장용지는 중소기업들의 ‘입질’이 몰리면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인천 남동공단의 경우 땅값이 올해 3월 3.3m²당 평균 420만 원에서 이달 500만 원대로 약 20% 올랐다. 중진공 관계자는 “3억 원 이하의 운전자금 대출은 일일이 용도를 파악하기 힘들어 일부 자금이 부동산 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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