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회복’ 지속 여부 수출에 달렸다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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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 21년만에 최고 증가율
투자-소비 증가 희망적… 하반기엔 둔화 우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은 한국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말이나 연초에 우려했던 정도의 경기 급락을 막았을 뿐 아니라 빠른 반등에도 성공했다. 국민총소득(GNI)은 이미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이처럼 빠른 속도의 회복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4분기에 워낙 빠른 속도로 경기가 급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한 데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처럼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민간 성장동력은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적표를 보면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으로 실물과 금융 모두 광범위하게 충격을 받았다. 4분기 국민소득은 전분기보다 5.4% 급감했고 국내총생산(GDP)은 5.1% 떨어지는 등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경기가 고꾸라졌다.

하지만 이후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정 및 금융완화 정책을 과감하게 펼쳤고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안정되면서 경제주체의 심리도 안정됐다. 세계경제도 예상보다 덜 추락했다.

덕분에 1분기 성장률을 0.1% 플러스로 돌려 세운 데 이어 2분기는 화려한 성적표를 자랑할 수 있었다. 특히 2분기 실질 GNI 증가율이 2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고 GDP 증가율도 속보치보다 0.3%포인트나 올렸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2분기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라며 “속보치 발표 이후 입수한 6월 생산지표들이 당초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2분기 성장률 가운데 정책효과뿐 아니라 ‘자생적 성장’의 기여도 커졌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GDP 성장률 2.6% 중 정책효과의 기여도는 1.4%포인트로 1%포인트 정도는 자생적인 힘으로 성장한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경제의 중심 동력인 제조업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설비투자도 회복을 시작하고 있다. 실질소득 증가와 함께 민간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깜짝 성장’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회의적이다. 우선 이번에 나온 수치가 지난해 4분기 워낙 급작스러운 추락에 따른 기저효과 성격이 강하고 하반기에는 정부의 재정효과를 상반기 수준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실질 GDP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2.2%다. 특히 설비투자는 2분기에 1분기보다 10.1% 회복됐음에도 여전히 지난해 2분기에 비하면 15.9%나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3분기 이후 성장세는 2분기보다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효과가 줄어들면서 3분기 이후에는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래도 7월 지표가 좋게 나오고 있어 0.5% 이상의 성장률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도 2분기 ‘깜짝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을 7월 발표한 ―1.6%로 유지할 방침이다. 정 팀장은 “하반기에도 내수가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세계경제 상황에 따라 한국 수출이 어느 정도 버텨주느냐가 하반기 성장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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