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휘청 미시간, 새 성장동력 찾아 달린다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오토쇼로 활력 되찾자”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오전 디트로이트 시내 식당에서 열린 ‘북미인터내셔널오토쇼’ 운영위원회 회의. 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내년 1월 오토쇼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디트로이트=신치영 특파원
“오토쇼로 활력 되찾자”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오전 디트로이트 시내 식당에서 열린 ‘북미인터내셔널오토쇼’ 운영위원회 회의. 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내년 1월 오토쇼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디트로이트=신치영 특파원
영화제작소가 들어서기로 한 폰티액 시 GM 공장.
영화제작소가 들어서기로 한 폰티액 시 GM 공장.
존 캐럴 디트로이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자동차 산업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적극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존 캐럴 디트로이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자동차 산업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적극 찾고 있다”고 말했다.
■ 美자동차산업 위기의 현장… 디트로이트市를 가다

《25일(현지 시간)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내 한 식당에서는 매년 1월 이곳에서 열리는 세계 4대 오토쇼 중 하나인 ‘북미 인터내셔널 오토쇼’ 운영위원회가 열리고 있었다.

내년도 쇼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자동차 제조업체, 딜러, 부품업체, 후원업체 등 200여 명의 참석자는 내년 쇼가 디트로이트 차 산업을 되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더글러스 폭스 운영위원장이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내년 쇼는 위기에 빠진 미시간 주가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GM-크라이슬러 파산보호 신청에 부품업체-딜러 연쇄도산 위기
“다시 일어서자” 오토쇼-카지노 활성화… 영화산업에도 눈돌려

크라이슬러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도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미국 자동차산업 본산인 미시간 주는 불안이 팽배했다. 공장 문은 닫혔고 사람들 표정도 어두웠다. 상점도 활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희망이 배어 나왔다.

○ GM본사 앞에선 해고근로자 시위

디트로이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떨어진 미시간 주 주도(州都) 랜싱에 있는 GM 캐딜락 공장. 2000여 명이 일하는 이곳은 GM 파산보호 신청 이후에도 쉬지 않고 차를 생산한다. 32년째 일한다는 생산라인 관리자 리처드 씨는 “감원과 감봉으로 사기가 매우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1시간 정도 떨어진 로뮬러스 시 GM 파워트레인 공장은 1일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직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주차장에서 만난 직원에게 “언제 다시 여느냐”고 묻자 “해고 통보를 받아서 잘 모르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자동차 제조사의 위기는 수많은 부품업체와 자동차 딜러까지 연쇄 도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25일 디트로이트 도심 GM 본사 앞에서는 델파이에서 해고된 근로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델파이는 GM에서 분사된 부품생산업체다. 밥 검프 씨는 “분사 전까지 GM에서 25년간 일했다”며 “델파이가 파산하면서 연금도 받지 못하게 됐으니 GM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GM 파산보호 신청으로 부품업체 메탈다인, 비스티온, 콘테크 등도 이달 말 연쇄적으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딜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GM은 6246개의 딜러망을 내년 말까지 3605개로 줄인다. 사우스필드에서 GM 사브 딜러를 하는 조지 글래스먼 사장은 “건물을 사 인테리어까지 했는데 딜러 계약을 끊겠다고 한다. 나처럼 살길이 막막해진 딜러들이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도요타 혼다 현대 등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와 딜러 계약을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자동차 산업 없는 미래를 준비하자’

디트로이트 도심 GM 본사 맞은편에는 ‘그리크 타운(Greek Town)’ 대형 카지노 호텔이 성업 중이다. 지난달 26일 평일 한낮인데도 붐볐다. 이곳에는 대형 카지노 호텔이 두 개 더 있다. 시 당국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최근 카지노를 합법화한 데 따른 것. 미시간 주 도시들은 이처럼 자동차 산업 이후의 미래를 설계하느라 분주하다.

폰티액 시는 GM 폰티액 공장 터에 할리우드 영화제작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미시간 주의 3개 도시가 영화제작소를 유치했다. 미국 내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미시간 주의 주정부는 자동차 산업에서 해고된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아 ‘21세기 취업 펀드’를 설립해 실업자들에게 재교육 기회를 주거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마침 26일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시간 주에 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를 세워 12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현지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미시간 주 하원의원을 지내다 주정부 교통부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훈영 합굿 씨(입양 한국인)는 “자동차 산업 몰락으로 미시간 주 재정이 약해지자 교도소 8곳의 문을 닫고 주정부 사무용 빌딩들도 팔기로 했다. 도로 철도 다리 등 사회간접자본 사업도 지연되고 있다”며 “투자유치와 신산업 개발은 미시간 주의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랜싱·디트로이트=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뛰어난 제조기술-우수인력 활용
항공우주-친환경 에너지산업 육성▼
디트로이트 상공회의소 존 캐럴 부회장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미시간 주는 뛰어난 제조 기술을 갖고 있고 우수한 엔지니어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신성장 산업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존 캐럴 디트로이트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 규모가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시간 주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캐럴 부회장은 우선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에 대해 “미국 자동차 ‘빅3’의 구조조정은 20, 30년간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디트로이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자동차 회사들의 도전으로 빅3 점유율이 떨어져 생산량을 줄인 데다 다른 주로 공장을 옮기면서 미시간 주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며 “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대체할 산업을 개발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선 디트로이트와 인근 도시에는 훌륭한 디자인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보유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몰려 있다”며 “이를 활용하기 위해 우주항공산업 관련 기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40여 분 거리의 워런에는 국방산업 관련 기업들이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각종 군용 차량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런에는 미 육군의 차량개발센터도 있다.

또 미시간 주는 대체에너지 산업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캐럴 부회장은 “최근 의회를 통과한 법에 따르면 미시간 주는 소비 에너지의 10%를 친환경 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미시간 주에는 2015년까지 2000∼4000기의 풍력 발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풍력발전기 1기의 생산 비용이 300만 달러이므로 엄청난 시장”이라며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앞 다투어 발전기 생산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산업 역시 미시간 주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대표산업이다. 캐럴 부회장은 폰티액 시와 앨런파크 시에 이미 영화제작소가 들어오기로 계약이 됐으며 조만간 1곳이 추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랜싱·디트로이트=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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