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펀드도 형형색색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국내에서도 대체에너지 개발, 온실가스 감축 등 녹색성장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녹색성장 분야는 과거 정보기술(IT) 산업처럼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투자할 수 있는 분야가 극히 제한돼 왔다. 하지만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쟁력 있는 해외의 녹색 기업이나 관련 인덱스에도 투자할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투신운용은 1일 글로벌 녹색기업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글로벌 그린 파워증권(주식) 펀드’를 출시했다. 올 초 국내 운용사들이 쏟아낸 녹색성장 펀드들이 국내 기업만을 투자대상으로 삼는 데 반해 이 펀드는 전 세계 녹색성장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한국투신운용 황성철 펀드매니저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녹색성장 펀드는 주로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에만 투자해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글로벌 그린 파워 펀드는 미국과 중국 등의 글로벌 기업에 투자할 예정으로 적정 수익을 얻으려면 3년 이상의 장기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녹색성장 산업에 대한 지원을 워낙 강조하다 보니 미국의 관련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미 증시에 상장된 녹색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하면 된다.

녹색ETF는 녹색산업과 관련한 기업들로 구성된 특정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리딩투자, 굿모닝신한증권 등 실시간으로 해외주식투자가 가능한 증권사들을 이용하면 쉽게 거래할 수 있다.

액티브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그린 인덱스 펀드도 나왔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녹색성장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 그린인덱스펀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엔가이드가 발표하는 ‘MKF그린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태양광(동양제철화학, 소디프신소재) 풍력(태웅, 평산) 발광다이오드(서울반도체), 2차 전지(LG화학, 삼성전기) 등 20개 녹색성장 관련주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그린인덱스펀드는 그린지수에 포함된 녹색성장주만 편입하기 때문에 이름만 녹색펀드인 기존 상품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녹색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가 과도한 데다 관련 상품들도 녹색성장과 관련이 없는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유념해야 한다. 이병욱 환경부 차관은 최근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최근 금융시장에 진정성이 없는 녹색상품이 난무하고 있어 녹색상품 투자자들이 실망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오은수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도 물이나 럭셔리 펀드처럼 테마 펀드가 많이 나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히 사라졌다”며 “굳이 녹색펀드라는 이름이 붙지 않더라도 정부의 녹색산업 지원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정책 수혜주를 많이 보유한 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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