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유동성 거품 vs 작년수준 회복일 뿐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부동산 시장은 과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가, 아니면 간신히 회복된 수준에 불과한가.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이 지난달 큰 폭으로 오르고 일부 신규 청약단지에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단기 유동성 급증에 따른 부동산시장 과열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과열이라고 진단하는 쪽에서는 시중의 단기 유동성 규모가 8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이 가운데 일부가 부동산시장에 쏠려 버블(거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 단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하는 수준일 뿐 과열은 아니라는 반론이 거세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는 안정돼 있지만 국지적으로는 과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시장동향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는다 해도 유동성 흡수라는 거시정책보다는 해당 지역에 대한 부동산이나 금융규제 강화 등 미시적인 대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부동산값 슬금슬금 오름세

최근 나온 부동산 관련 월간 지표만 보면 시장이 오랜 침체기에 벗어나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특히 아파트시장에서는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회복기 징후가 뚜렷하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하는 전국 아파트 거래현황(월별 신고분 실거래가 기준)에 따르면 올해 1월 1만8074채 수준이던 거래량은 지난달 4만803채로 늘었다. 또 작년 12월 244채였던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거래량은 지난달 2200채로 급증해 부동산시장 활황기였던 2006년 11월(2743채) 수준에 근접하면서 과열 논란의 근거가 됐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전월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하다가 4월에는 0%로 보합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 강남지역은 3월 ―0.1%에서 지난달 0.7%로 큰 폭의 반등세를 나타냈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7m²(전용면적 1층 기준)는 지난해 12월 7억5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엔 9억 원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땅값마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부동산시장이 회복을 넘어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전국 토지가격은 3월보다 0.06% 상승해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반전됐다. 땅값 상승을 우려하는 것은 분양가 상승, 기업의 투자비용 증가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경착륙’ 걱정하는 목소리도

하지만 이런 숫자는 4월까지의 통계일 뿐 5월부터는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일부 지역에서만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하는 단계일 뿐”이라며 “5월 들어서는 거래량과 가격 모두 주춤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도 “4월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 거래가 많이 늘었지만 중순 이후로는 거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지난달까지 국지적으로는 가격 불안 조짐이 있었던 만큼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비롯한 시중자금 흐름에 대한 동향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가 최근 수도권의 일부 재건축 및 신규 청약단지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선 것도 이런 가격 불안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강남 3구 투기지역 조기 해제 방침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당분간 논의 자체를 유보하기로 한 정책을 재확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의 과열 가능성보다는 경착륙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년 들어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경기침체 국면에서 나타나는 부동산가격 상승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보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아무리 정책금리를 내려도 부동산가격 하락은 물론 내수 침체도 막지 못했다”며 “향후 부동산가격 급락을 막아 시장과 경제를 연착륙시키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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