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도는 분양시장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1분


청라지구 한라 비발디 중대형도 1순위 마감

20억이상 고가 미분양 아파트 잇따라 계약

“수도권 일부 현상… 본격 회복 해석 어려워”

‘꽁꽁 얼어붙었던 주택 분양시장에도 봄은 오는 것인가.’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던 부동산 시장이 지난달 이후 조금씩 풀릴 조짐을 보이면서 청약수요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봄볕이 들고 있다.

한라건설이 22일 인천 청라지구에서 청약신청을 받은 ‘한라 비발디’는 비교적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돼 분양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수요자의 발길이 뚝 끊겼던 고가(高價) 미분양 주택도 판매량이 늘고 있어 잔뜩 움츠러들었던 분양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분양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 분양 일정 속속 확정

한라 비발디는 22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결과 일반 공급물량 974채에 총 2696명이 신청해 평균 2.7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7개의 주택형이 모두 마감된 것은 물론 전용면적 101m²는 인천지역 1순위에서 평균 11.2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한라 비발디의 주택형이 모두 전용면적 85m²를 초과하는 중대형인데도 미달이 없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후 분양된 아파트 대부분이 중대형 미달 사태를 겪은 것과 다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올해 아파트 분양 경기를 가늠하는 ‘풍향계’로 인식된 한라 비발디의 청약 실적이 양호하게 나오자 주택공급을 유보하며 관망하던 건설사들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SK건설은 인천 청라지구에서 5월 말 879채를 공급하기로 분양 일정을 확정했다. SK건설 이종헌 부장은 “청라지구는 미래가치가 높고 분양가도 3.3m²당 1100만 원 선으로 싼 편이어서 분양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던 우미건설도 6월 초에 모델하우스를 열어 1058채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수요자의 외면을 받았던 고가 미분양 시장에서도 자산가들의 구입이 늘고 있다. 일반 아파트로는 23억∼26억 원으로 고가에 해당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이달 들어 수요자의 문의가 늘면서 238m², 267m²짜리 대형 물량이 여러 채 판매됐다. 인근에 있는 ‘반포자이’도 분양가가 29억 원 선인 297m²짜리가 지난달 이후 17채가 계약됐다.

○ 완전한 회복 속단은 시기상조

한라 비발디에 수요자가 몰린 것은 △3.3m²당 평균 분양가가 1085만 원으로 주변보다 싸고 △청라지구 중앙공원과 가까우며 △5년간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 등 여러 재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따라서 이번 청약 성적을 분양시장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분양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은 맞지만 수요자들은 시세차익이 확실해 보이는 단지에 제한적으로 청약하고 있다”며 “수도권 전반의 아파트 값이 오른 것도 아니고 경기회복 시점도 불투명해 분양시장에 완연한 봄이 왔다고 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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