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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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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라인(line·선) 마케팅 전성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각종 라인 마케팅이 붐을 이루고 있다. S라인, V라인, 하트라인, 인어라인 등 마케팅 신조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 사각형 탈피 곡선라인 유행
광동제약 ‘광동옥수수수염차’는 알파벳 ‘V’자 모양의 날렵한 얼굴형을 만들어준다는 ‘라인 마케팅’으로 대박을 낸 사례. 2006년 7월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달까지 차(茶) 음료로는 이례적으로 3억 병 판매를 돌파했다.
광동제약의 ‘V라인’ 마케팅에 이어 최근 화장품 업계에선 아모레퍼시픽 헤라의 ‘하트라인’이 화제다. 하트라인은 볼부터 턱까지 하트 모양으로 이어지는 갸름하면서도 탄력 있는 얼굴형을 의미한다. 헤라 마케팅을 담당하는 아모레퍼시픽 정혜진 부장은 “화려한 색조화장보다는 선으로 이어지는 얼굴 전체의 조화를 더 중시하는 한국 여성의 취향을 반영해 만든 신조어”라고 말했다.
사각형 일색이던 백색가전에도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디자인이 유행이다. LG전자는 에어컨 신제품 ‘디럭스 아트 디아이와이’ 전면에 인어의 꼬리 부분을 형상화한 ‘인어라인’을 적용했다. 이 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튀지 않는 은근한 디자인이 거실에 놓아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형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는 흰색과 회색 등 단색을 기반으로 하되 물결 형태의 곡선 손잡이를 달았다. LG전자 홍보실 나주영 과장은 “‘웨이브 핸들’은 인체공학적으로 문을 열 때 불필요한 동작과 힘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강가에서 흔히 보이는 둥글둥글한 조약돌에서 영감을 얻어 조약돌 MP3플레이어 ‘옙 YP-S2’를 선보인 바 있다.
○ 소비자도 기업도 한국적 라인에 주목
기업들이 라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한국인의 유전자에 라인에 대한 끌림이 깊숙이 각인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공호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교수는 “한복이나 한옥에서 드러나듯 우리 민족은 기질적으로 직선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을 선호해 왔다”며 “이는 무늬나 면을 더 중시하는 서구 취향과는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눈에도 유려한 곡선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유별난 것으로 비쳐왔다. ‘조선 전통문화에는 곡선미가 있다. 딱딱한 일본의 직선이나 과도하게 휘어진 중국의 곡선과 달리 조선의 곡선에는 자연물의 형태에서 따온 듯한 조화로움이 묻어난다.’ 한국에서 19년간 선교활동을 한 독일인 안드레아스 에카르트는 1929년 고국으로 돌아가 쓴 한국미술 최초의 통사(通史) ‘한국 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에서 이같이 소개한 바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서구 문화만이 가장 세련된 것’이라 믿던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추가한다. 김선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수석연구원은 “한국 사회가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한국 고유 정서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이 반영된 결과”라며 “무조건 외국 디자인을 모방하기에 바빴던 과거와 달리 기업들도 이제는 제품에 한국 기술뿐 아니라 정서까지 담으려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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