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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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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악재로 6일 장 초반 ‘블랙 프라이데이’의 우려까지 나왔던 국내 증시가 소폭 하락에 그치며 선방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떨어지면 덩달아 한국 증시도 급락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일각에선 코스피 1,000 선이 국내 증시의 바닥이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미국 유럽 등과 탈(脫)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환율 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발 악재가 곳곳에 널려 있어 중국의 경기 부양 효과가 생각만큼 나타나지 않으면 국내 증시는 1,000 선 이하로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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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나홀로 안정세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전날 미국 뉴욕 증시의 급락에 따른 심리적인 영향으로 2% 이상 떨어지면서 하락세로 출발했다. 뉴욕 증시는 중국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은 데다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전날 4.09% 폭락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1600원 가까이 오르다가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으로 고점 대비 50원가량 급락하자 코스피는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환율 1600원 선은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전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지는 지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전날 18거래일 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섰다가 이날 매도세로 전환해 355억 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기관은 투신권을 중심으로 973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았다.
이날 코스피는 초반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하면서 전날보다 3.15포인트(―0.30%) 내린 1,055.03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일본 증시는 미국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3.5% 하락했다. 중국도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1.26% 떨어졌다.
○ 엔화 약세에 주목해야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 뉴욕 증시와 따로 움직이는 흐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5일엔 밤 사이 뉴욕 증시가 2.2%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0.1% 내렸다. 4일과 3일에는 뉴욕 증시가 0.6%와 4.3% 떨어졌지만 코스피는 3.3%, 0.7%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1,050 선을 중심으로 버티는 게 높아진 원-달러 환율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센터장은 “한국의 환율이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서 수요가 위축됐는데도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 등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점이 현재 국내 증시의 기본적인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증시의 금융주 편입비율이 19%로 코스피(14%)보다 많은 것도 두 증시가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다. 미국의 금융주가 불안한 가운데 금융주 비중의 차이로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덜 빠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미국 포드사 부실 우려, 고용지표 부진 가능성 등 미국발 악재가 남아 있는 데다 엔화 약세로 국내 업체들의 세계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증시가 1,000 선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