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없인 못살아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백화점들 남성복 매출 줄자 마케팅 비상

매장에 게임기 설치 - 물빨래 정장 출시

‘불황기 남심(男心)을 잡아라!’ 경기 침체기인 요즘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남성복’이 골치다.

불경기라고는 하지만 여성복 매출은 전년 대비 3∼6%가량 늘어난 반면 남성복 매출은 3∼5%가량 줄어들었기 때문. 이에 따라 주요 백화점들은 남성 고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전용 매장을 마련하는가 하면, 매장 안에 오락기까지 갖다 놓는 등 남성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벽 없앤 매장, 축구게임기도 등장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모든 점포의 고객관계관리(CRM) 데이터를 뽑아 의류를 연간 100만 원 이상 구입한 남녀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매장 전체를 훑듯이 돌며 평균 9개의 매장을 둘러본 반면 남성들은 평균 5개의 매장만 둘러본 뒤 옷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해보니 남성 고객들은 ‘귀찮다’거나 ‘물건만 보고 그냥 나오기가 민망하다’는 등의 이유로 1, 2개 매장만 돌아본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를 근거로 현대백화점은 올 1월 목동점에 ‘캠브리지 멤버스’ ‘마에스트로’ ‘갤럭시’ ‘로가디스’ ‘맨스타’ 등 국내 대표 신사복 5개 브랜드를 한데 모아 비즈니스 캐주얼 편집 매장을 마련했다. 공략 대상은 ‘발품팔기’를 귀찮아하는 중장년 남성 고객.

배준호 현대백화점 남성의류 바이어는 “이들은 매장 직원의 응대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에게 고객이 요청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다가가지 않도록 ‘지시’도 내렸다”며 “통합 이후 5개 브랜드 매장이 따로 있었을 때보다 15%가량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남성의류 매장에는 당구대와 축구게임기, 인형뽑기 오락기까지 등장했다. 대학가에 있는 매장 특성을 고려해 젊은 남성 고객들의 흥미를 끌 오락거리를 배치한 것이다.

○물빨래하는 정장-신소재 프로젝트도

드라이클리닝을 맡길 필요 없이 물빨래만으로 세탁이 가능한 신소재 남성정장을 선보이는 백화점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6일부터 샤워기 물줄기만으로도 세탁이 가능한 신개념 소재의 ‘메리노 후레쉬 수트’를 판매할 예정이다. 브랜드는 로가디스와 캠브리지 멤버스.

모직(울) 소재인 이 남성정장은 호주양모협회(AWI)가 개발한 첨단 섬유를 일본 ‘고나카’ 브랜드가 상품화한 것. 퇴근 후 저녁에 빨아도 다음 날 아침이면 입을 수 있을 만큼 건조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이번 제품은 세탁과 형태 유지가 번거로운 남성정장의 단점을 크게 개선시킨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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