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유통업계 툭하면 세일 평소 싸게 팔면 안되나

  • 입력 2008년 10월 30일 02시 59분


요즘 유통업계는 한창 ‘생일잔치’ 준비로 바쁩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창립 기념일을 앞세워 대규모 할인행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롯데백화점은 ‘창립 29주년 축하 페스티벌’에서 100억 원어치의 기획상품을 최고 80%까지 할인 판매하는 ‘100억 원 초특가 특종상품전’을 마련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창사 37주년 축하 상품전’을, 신세계백화점도 ‘개점 78주년 사은 대축제’라는 명분으로 할인행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이들 백화점 세 곳의 행사는 약속이나 한듯 모두 31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입니다.

또 이마트는 30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개점 15주년 가격 대축제’를 엽니다. 일부 품목을 15년 전 가격으로 판다는군요. 롯데마트도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창립 29주년을 기념해’ 일부 품목을 최대 60%까지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갖습니다.

기념일을 정해 싸게 판다는 데야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명분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롯데백화점의 창립 기념일은 11월 15일, 신세계백화점의 창립일은 10월 24일입니다. 20일가량 차이 나는 생일을 같은 시기에 기념하는 셈입니다. 6월에 태어난 현대백화점의 생일잔치는 4개월이나 늦었습니다. 게다가 6월에도 개점 기념행사를 열었다고 하니 뭐가 진짜 생일잔치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마트가 출범한 것은 4월이지만 모(母)기업인 롯데쇼핑의 창사 기념일에 맞춰 행사를 한다네요. 창립 기념 할인판매 타이밍이 맞는 것은 생일이 11월 12일인 이마트 정도이지만 이도 그다지 신선하진 않습니다. 올해만 11번째 할인행사이기 때문입니다.

유통업계의 ‘따라하기식’ 할인행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0월 초 정기 세일이 지난 지 한 달도 안 돼 또 할인이라니, 어쩌다 제값 주고 산 소비자는 분통이 터집니다. 가격의 신뢰도를 유통업체 스스로 무너뜨리는 셈이지요.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재고로 쌓일 물품을 팔아주니 협력업체도 좋고, 싸게 판매하니 소비자도 좋은 것 아니냐”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싸게 파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소비자들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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