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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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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개입 - 경상수지 적자 등 겹쳐
정부 “단기외채 인출사태 닥쳐도 충분”
환율 36.5원 급등 1223.5원… 5년 5개월 만에 최고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8월보다 35억3000만 달러 줄어든 2396억7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은 3월 2642억 달러까지 불어난 뒤에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등의 영향으로 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모두 225억5000만 달러가 줄었다.
○ 줄어드는 외환보유액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8월(2432억 달러)보다 35억3000만 달러 줄어든 2396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9월에는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구제금융 추진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고조되자 외환당국이 국내 외화자금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면서 금액이 줄었다.
한은 측은 “외환당국이 스와프시장 참여 규모를 확대한 데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의 약세로 이들 통화표시 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상위인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이 떨어진 나라는 러시아로 8월 한 달간 143억 달러가 줄었다. 이어 인도(109억 달러), 독일(92억 달러), 대만(88억 달러), 일본(80억 달러), 싱가포르(49억 달러), 한국(43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앞으로 외환보유액의 감소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외환스와프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을 공급하고 50억 달러를 수출입은행을 통해 더 풀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 경상수지 적자로 걱정 증폭
올해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면 외환보유액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여기에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이 자꾸만 줄어들자 환율이 오르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50원 오른 1223.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03년 4월 25일 1237.80원 이후 5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여기다 외국인이 줄줄이 돈을 빼나가면 과거 외환위기 같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불안감도 나온다. 1년 미만 단기외채와 1년 이내 만기가 오는 장기외채를 더한 유동외채(6월 말 기준 2233억 달러)와 외환보유액의 차이가 163억7000만 달러로 좁혀진 점도 ‘위기 요인’으로 언급되는 근거다.
○ 외환당국 “기우일 뿐”
이에 대해 당국은 “기우에 가까운 근거 없는 불안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박병원 대통령경제수석은 “우리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은 안 돌려주고 우리만 돈을 갚는 식의 상황을 전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설혹 유동외채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극단적인 상황이 올지라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외환보유액 전액을 미 국채, 금융기관 예치금, 국제통화기금(IMF) 출자금, 특별인출권(SDR), 금 등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갖고 있는 데다, IMF 기준(유동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비율이 100% 이내)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
당국은 또 유동외채의 73%가 민간 은행의 부채인데, 이들 은행의 외화 자산이 외화 부채보다 많아 외환보유액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姜재정 “은행에 50억달러 직접 공급”▼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미국 상원의 구제금융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남아 중소기업과 은행의 달러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며 “다음 주부터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을 은행들에 직접 빌려주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환보유액 숫자에 급급해 달러 고갈로 고통 받는 중소기업과 은행을 버려두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면 달러 공급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최근 수출입은행도 달러를 빌리기 힘들어지면서 은행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수출입은행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