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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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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국 화폐가치 급등에도 혜택 못봐
환노출형과 수익률 24%p 차이나기도
‘―18.76% 대 +0.49%.’
‘삼성글로벌water주식형펀드’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펀드의 연초 이후 상반된 수익률이다. 이 같은 차이의 비밀은 ‘환(換)헤지’에 있다. 만약 가입할 때 ‘환헤지형’을 선택했다면 현재 시점에서 ―18.76%의 손실을 보고 ‘환노출형’을 선택했다면 0.49%의 수익을 얻었다.
일본 펀드 역시 원-엔 환율 상승으로 수익률이 벌어졌다. ‘삼성당신을위한N재팬주식종류형펀드’는 환헤지를 했을 경우 연초 이후 손실이 ―27.17%나 되지만 환노출형의 손실은 ―2.89%에 그쳤다.
글로벌 증시 침체로 해외펀드가 줄줄이 원금 손실을 보는 가운데 많은 투자자가 투자대상국의 화폐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마저 얻지 못 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팔리는 해외주식형펀드의 대부분이 환율 변동 위험을 차단한 환헤지형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이 유리한 것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선진국에서는 환노출형 해외투자가 대부분이다.
○ 국내 해외펀드 상당수 환헤지형
환헤지는 투자 대상국의 환율 변동으로 볼 수 있는 손실을 막기 위해 환매할 때의 환율을 현재 시점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환헤지를 하면 투자국의 통화 가치가 하락할 때는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요즘처럼 원화 가치가 떨어지거나 투자국의 통화 가치가 올랐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이 사라진다. 설정액이 10억 원 이상인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환헤지형은 561개로 전체의 77%.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는 최근 증시 급락으로 손실은 손실대로 보고 환율 급등으로 인한 혜택도 누리지 못 하고 있다.
환헤지 펀드를 선택한 투자자들은 연간 투자금액의 0.1%가량을 헤지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
○ 해외 운용사들은 환노출형 선호
해외펀드는 주로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에 머물렀던 2006∼2007년 활발히 출시됐다. 삼성투신운용 해외투자팀 성기용 선임매니저는 “당시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투신사들은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에 대비해 환헤지형을 선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많은 투자자는 그저 ‘환헤지란 안전한 것’이라고만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팔리는 펀드들은 환노출형이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은 보통 성장이 예상되는 나라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주가와 통화 가치가 같이 오른다고 전망한다. 일본에도 환노출형 펀드가 더 많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서진희 이사는 “어떤 나라의 환율변동이 투자의 걸림돌이 될 정도로 위험하다면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 환헤지 vs 환노출 정답은 없어
대부분의 전문가는 “환헤지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향이나 환율 예측에 따라 환헤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이병훈 펀드리서치 파트장은 “환노출형 일본펀드의 경우 지난해 초 엔화가 약세였을 때는 환차손이 발생했지만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올해 초에는 다시 환차익을 냈다”며 “환율 예측에 자신이 있지 않다면 일반투자자들은 환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위원은 “적립식 투자라면 투자 기간에 따라 환율 위험도 분산되는 만큼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환헤지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