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 8·21대책 약발 언제 받을까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에 매우 민감하다. 규제가 느슨해지면 차익을 손에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하고, 건설사도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건설사의 수익이 늘면 건설주가 오르는 건 당연한 일. 반면 규제가 강화되면 차익 실현 기회가 감소하면서 수요가 줄어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돼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한다.

건설주는 올해 들어 경기둔화에다 주택경기 침체가 겹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최근 몇 년간 건설경기 활황과 증시 대세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까지는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올해 들어 21일까지 코스피시장의 건설업지수는 40.5%나 급락했다. 코스피지수가 이 기간 20.3% 내린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훨씬 컸다.

정부가 21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어서 크게 봐서는 건설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설업체 시각에서는 알맹이가 빠져 있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는 미흡”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투자자들의 실망도 컸다. 21일 대책 발표 후 코스피시장에서는 건설주들이 이틀 연속 급락했다.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과 건설경기를 활성화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축된 수요를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 줄’을 풀어야 하는데 대출규제 완화가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래 부진의 주요 원인인 양도소득세 중과(重課)와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소형평형의무비율 등 핵심 규제가 유지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재건축 안전진단을 2번에서 1번으로 줄여준다고 하는데 현재 서울 강남에는 안전진단을 통과해 놓고도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이 안 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동부증권 홍서연 연구원은 “정부는 집값 불안을 가장 염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규제가 큰 폭으로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건설주가 반등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없다”고 말했다.

○ 미분양 많아 종목 선정 유의해야

하지만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그동안 머뭇거리던 정부가 규제를 풀기 위한 발걸음을 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할 순 없으며 규제 완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이다. 한국투자증권 한상희 책임연구원은 “이번 대책으로 규제 완화로 간다는 방향성이 시장에 확실하게 전달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정부는 본격적인 경기 활성화에 나서기 위한 기반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당장 규제가 큰 폭으로 완화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증권 허문욱 연구위원은 “유동성을 줄여 물가를 잡는 게 급선무인 정부로서는 지금 대출규제를 풀기가 어렵다”며 “물가가 잡히고 금리인상 압력이 내려가는 등 여건이 마련되면 정부는 내년쯤 본격적인 건설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해외공사 수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올해 들어 21일까지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약 20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4% 급증했다.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진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실적 호조로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다. GS건설은 상반기(1∼6월)에 총 4조2485억 원어치의 공사를 수주해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건설주는 증시 고점인 지난해 10월 31일에 비해서는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가격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높다. 허 연구위원은 “하반기(7∼12월)는 주가 하락폭이 크고 실적이 좋은 우량 건설주를 많이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미분양 문제가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종목 선정에 유의해야 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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