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사이언스]“한국기업, 수직계열형 경영 버려야 산다”

  • 입력 2008년 6월 19일 18시 51분


삼성경제연 보고서…“역량 분산 美 IT기업 배워야”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형 비즈니스모델(GNB)’을 한국 기업이 시급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발표한 ‘글로벌 네트워크형 비즈니스모델 확산’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에 자리 잡힌 수직계열형 경영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이 약화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GNB는 연구개발(R&D), 제조, 마케팅 등을 다른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파트너를 찾는데, 주로 해외 기업이 대상이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전문기업에 제품 생산을 의뢰하거나, 반대로 국내 전문기업이 해외 대기업에서 생산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 산업계에서 보편적인 수직계열형은 부품, 소재 생산을 주로 국내 타 기업에 위탁하고, 이들과 지분소유나 장기적인 거래를 통해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위탁을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특정 지역에 모여 있다.

1980년대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 기업의 강력한 경쟁력이 수직계열형 경영에서 기인했다. 한국도 이를 배우려는 과정에서 수직계열형 경영을 산업계 전반에 확산시켜왔다.

문제는 수직계열형 경영을 유지했던 일본 주력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데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노트북PC, 휴대전화, 데스크톱PC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997년 30.7%, 22.6%, 17.3%였다. 하지만 2005년에는 각각 10.9%, 6.8%, 4.5%로 급락했다. 변신하지 않으면 한국 기업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좋지 않은 징후가 한국 기업의 주력 시장에서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노키아, 모토로라가 GNB를 활용해 최근 50달러 이하의 초저가 휴대 전화를 내놓으면서 한국 관련 업계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이다.

또 “HP, 닌텐도, 델, 애플 등이 최근 IT 제품의 제조역량이 뛰어난 대만 기업과 GNB를 형성하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날로 높아지는 사업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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