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담판’ 막바지 힘겨루기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7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7일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을 앞두고 워싱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청사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17일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을 앞두고 워싱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청사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순방 마치고 귀국한 부시

‘美정부 수출증명’ OK사인 주목

美 요청으로 회담시작 늦춰져

한국과 미국의 통상장관은 17일(현지 시간) 오후 워싱턴에서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을 가진 데 이어 18일 오전 10시경 회담을 속개해 최종 합의를 도출하려 했으나 미국 측이 잠정 연기를 요청해 회담이 순연됐다.

소식통들은 “18일 오전 회담에서 타결을 볼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 측이 ‘좀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수시간만 미루자고 요청해와 막바지 진통을 겪는 상태”라며 18일 오후 또는 19일 오전 중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앞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7일 오후 USTR에서 2시간가량 세 번째 공식 담판을 벌였다.

김 본부장은 협상 시작 전 밝은 표정으로 “시간이 많이 걸려 미안하다. 지금까지 미국 측이 해 온 여러 제안에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오전에 실무회의를 했다”고 말했으나 협상이 끝난 뒤에는 입을 다문 채 협상장을 떠났다.

그레첸 하멜 USTR 부대변인은 이날 회담 분위기가 “썩 괜찮았다(Pretty OK)”며 “양측이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정보 교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17일 귀국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USTR 차원에서 내리기 어려운 결정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핵심 쟁점인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 측은 민간이 자율로 주도하되 만약 민간의 이행 위반 시 정부 차원에서 즉각 개입해 시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측은 미 정부 차원에서 각 도축 및 가공처리장이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효과가 있는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 근접한 프로그램의 시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美, 쇠고기협상서 한국인 정서 배려해야”

그레그 前대사, NYT 독자투고

도널드 그레그(사진) 전 주한미국 대사가 17일 뉴욕타임스에 ‘미국은 한국과의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민감한 정서를 배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독자투고를 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로 불리는 그레그 전 대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실린 독자투고에서 “현대 한국 사회는 여전히 농업사회 전통에 깊은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 매우 방어적으로 나갈 수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좌초하지 않도록 한미 양국은 쇠고기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군을 돕기 위해 베트남에 30만 명 이상의 군대를 파병한 데 이어 이라크전에도 세 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한 미국의 동맹국”이라며 “강력한 한미동맹이 없다면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까다로운 쇠고기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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